美친 봄바람이 머리 풀어헤치고
나를 흔들어대는 것으로 모자라
빗방울도 아무 때나 흩뿌리고
우산까지 뒤집어 놓기도 하며
변덕이 뽀그르르 죽을 끓여대는 봄날
어수선하고 번잡스러운
바람의 머리카락들을 가지런히 모아
잘 빗어서 양 갈래로 올망졸망 땋아주든지
야무지게 꽁꽁 묶어 머리꼭대기에
○머리로 얹어주든지 해야겠어요
바람도 사춘기에 중2병인가
아니면 ADHD 바람족인가 보다
엉뚱 혼자 생각에
파~ 웃어봅니다
바람도 누군가의 마음을
마구 헤집으며 어딘가에 파고들어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휴우~
한숨 내쉬며 쉬어가고 싶은 걸까요
사람의 온기가 때로는
핫팩 하나의 따스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 보는
어수선 봄날입니다
바람 제아무리 수선스럽고
봄비 오락가락 변덕을 부려도
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밝고 따사로운데
습관처럼 핫팩 하나 챙겨 듭니다
따뜻한 핫팩 하나 손에 쥐면
어수선한 바람의 머릿결이 조금은
갈피를 잡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는 그런 내 생각이
웃기도록 터무니없어
또 파~ 웃고 말아요
아무리 기댈 데가 없고
비빌 언덕이 없다고
선 넘지 않으려고 비틀배틀
금 밟지 않으려다 보니 또 비틀
그럴 마음조차 미련 없이 접었다고
꽃샘추위 오락가락 봄날
손바닥만 한 핫팩의 온기에
기대고 있는 내가 웃퍼서
도레미파~ 연거푸 웃고 맙니다
햇살 환히 스며드는 창가 자리에
무심히 놓여 있는 나무의자도
기댈 곳 없어 허전한지
머리에 큼직한 꽃송이 하나
얹고 있어요
나무의자가 꽃송이를 이고 있는 건지
그러면서 슬며시 마음을 기대고 있는 것인지
커다란 꽃송이가 나무의자 머리에 얹힌 건지
어디에도 둘 곳 없는 마음 하나
살며시 기대고 있는 것인지
지나가는 햇살이 머뭇대다가
나무의자에 주저앉은 건지
나무의자가 햇살을 부여잡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심한 풍경까지도
적막하고 쓸쓸해 보이는 건
아마도 봄날의 나른함 때문이겠죠
꽃망울 톡톡 터지며
노랑 하양 분홍 꽃들이 피어나는데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바람 한 자락도 그 곁을 서성이다가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치더니
저만치 달아나며 메롱~
나를 놀려댑니다
내가 뭐라고
어디에도 기대고 싶지 않아서
어느 한 자리에 단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떠돌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방랑자 봄날의 마음이
나뭇가지 대신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꽃이 되어 활짝 웃고 있는
어느 봄날의 사진 한 장으로
오늘을 달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