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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26. 2024

초록의 시간 730 도레미파~타령

웬 파~타령

美친 봄바람이 머리 풀어헤치고

나를 흔들어대는 것으로 모자라

빗방울도 아무 때나 흩뿌리고

우산까지 뒤집어 놓기도 하며

변덕이 뽀그르르 죽을 끓여대는 봄날


어수선하고 스러운

바람의 머리카락들을 가지런히 모아

잘 빗어서 양 갈래로 올망졸망 땋아주든지

야무지게 꽁꽁 묶어 머리꼭대기에

○머리로 얹어주든지 해야겠어요


바람도 사춘기에 중2병인가

아니면 ADHD 바람족인가 보다

엉뚱 혼자 생각에

파~ 웃어봅니다


바람도 누군가의 마음을

마구 헤집으며 어딘가에 파고들어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휴우~

한숨 내쉬며 쉬어가고 싶은 걸까요


사람의 온기가 때로는

핫팩 하나의 따스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 보는

어수선 봄날입니다


바람 제아무리 수선스럽고

봄비 오락가락 변덕을 부려도

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밝고 따사로운데

습관처럼 핫팩 하나 챙겨 듭니다


따뜻한 핫팩 하나 손에 쥐면

어수선한 바람의 머릿결이 조금은

갈피를 잡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는 그런 내 생각이

웃기도록 터무니없어

또 파~ 웃고 말아요


아무리 기댈 데가 없고

비빌 언덕이 없다고

선 넘지 않으려 비틀배틀

금 밟지 않으려다 보니 또 비틀

그럴 마음조차 미련 없이 접었다고

꽃샘추위 오락가락 봄날

손바닥만 한 핫팩의 온기에

기대고 있는 내가 웃퍼서

도레미파~ 연거푸 웃고 맙니다


햇살 환히 스며드는 창가 자리에

무심히 놓여 있는 나무의자도

기댈 곳 없어 허전한지

머리에 큼직한 꽃송이 하나

얹고 있어요


나무의자가 꽃송이를 이고 있는 건지

그러면서 슬며시 마음을 기대고 있는 것인지

커다란 꽃송이가 나무의자 머리에 얹힌 건지

어디에도 둘 곳 없는 마음 하나

살며시 기대고 있는 것인지


지나가는 햇살이 머뭇대다가

나무의자에 주저앉은 건지

나무의자가 햇살을 부여잡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심한 풍경까지도

적막하고 쓸쓸해 보이는 건

아마도 봄날의 나른함 때문이겠죠


꽃망울 톡톡 터지며

노랑 하양 분홍 꽃들이 피어나는데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바람 한 자락도 그 곁을 서성이다가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치더니

저만치 달아나며 메롱~

나를 놀려댑니다

내가 뭐라고


어디에도 기대고 싶지 않아서

어느 한 자리에 단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떠돌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방랑자 봄날의 마음이

나뭇가지 대신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꽃이 되어 활짝 웃고 있는

어느 봄날의 사진 한 장으로

오늘을 달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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