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31 엄마는 사춘기
엄마는 외계인
일찍 엄마를 여읜 조카아이는
골라먹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늘 '엄마는 외계인'을 고르며
멋쩍게 히힣 웃곤 했어요
조카는 아마도
하늘여행 떠난 엄마가
둥그런 우주선을 탄 별나라
외계인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 걸까요
나 어릴 적 돌아가신 울 아버지도
별나라 외계인이 되셨다면
둘째 딸이랑 우주선 놀이 중이실 텐데
안타깝게도 '아빠는 외계인'
그런 아이스크림은 없어요
외계인 엄마를 둔 조카아이의
외할머니인 울 엄마는
외계인이 되지 못해서 뽀루뚱~
심술인지 반항이신지 이제 와 새삼
사춘기 놀이에 접어드셨습니다
울퉁불퉁 통밀쿠키처럼
생뚱 멀뚱 표정으로
몰라~ 를 입에 달고 사시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입 꾹 닫으시고는
이제는 꼭 해야 할 말씀만
냅다 툭 던지십니다
변화구도 아닌 돌직구로 툭툭~
식구들이 많이 모여 좋지 엄마~
내가 물으니
가만 생각하시다가 비죽 웃으며
안 좋다~ 십니다
좋으면서도 애써 웃음 아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안 좋다 하시니
삐뚤어질 테다~라고
대놓고 반항하는 사춘기가 아니면
그 무엇으로 설명하겠어요
그래도 엄마
용서해 드립니다
인생길 급 노선 바꿔 하늘로 떠나신
아버지 곁으로 휘리릭 날아가버린
외계인 동생 몫까지 너그럽게
엄마를 이해해 드릴게요
제때 겪지 못한 사춘기를
이제 와 새삼 누리시는 거고
그 시절 맘껏 부리지 못한 어리광
이제야 비로소 부리시는 것이니
저희 딸들이 넙죽 엎드려 받아드립니다
맘껏 사춘기 놀이 하시라고
바짝 엎드려 모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