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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27. 2024

초록의 시간 731 엄마는 사춘기

엄마는 외계인

일찍 엄마를 여읜 조카아이는

골라먹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늘 '엄마는 외계인'을 고르며

멋쩍게 히힣 웃곤 했어요


조카는 아마도

하늘여행 떠난 엄마가

둥그런 우주선을 탄 별나라

외계인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 걸까요


나 어릴 적 돌아가신 울 아버지도

별나라 외계인이 되셨다면

둘째 딸이랑 우주선 놀이 중이실 텐데

안타깝게도 '아빠는 외계인'

그런 아이스크림은 없어요


외계인 엄마를 둔 조카아이의

외할머니인 울 엄마는

외계인이 되지 못해서 뽀루뚱~

심술인지 반항이신지 이제 와 새삼

사춘기 놀이접어드셨습니다


울퉁불퉁 통밀쿠키처럼

생뚱 멀뚱 표정으로

몰라~ 를 입에 달고 사시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입 꾹 닫으시고는

이제는 꼭 해야 할 말씀만

냅다 툭 던지십니다

변화구도 아닌 돌직구로 툭툭~


식구들이 많이 모여 좋지 엄마~

내가 물으니

가만 생각하시다가 비죽 웃으며

안 좋다~ 십니다

좋으면서도 애써 웃음 아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좋다 하시니

삐뚤어질 테다~라고

대놓고 반항하는 사춘기가 아니면

그 무엇으로 설명하겠어요


그래도 엄마

용서해 드립니다

인생길  노선 바꿔 하늘로 떠나신

아버지 곁으로 휘리릭 날아가버린

외계인 동생 몫까지 너그럽게

엄마를 이해해 드릴게요


제때 겪지 못한 사춘기를

이제 와 새삼 누리시는 거고

그 시절 맘껏 부리지 못한 어리광

이제야 비로소 부리시는 것이니

저희 딸들이 넙죽 엎드려 받아드립니다

맘껏 사춘기 놀이 하시라고

바짝 엎드려 모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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