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Mar 25. 2024

초록의 시간 729 어머나 제비꽃

제비 없는 제비꽃

친구가 산에 갔다 내려온다며

아련한 분홍 진달래꽃이랑

보라보라 제비꽃 사진을 보내왔어요

진달래꽃은 곱고 제비꽃은 사랑스러워요


친구 말처럼 제비 없는 제비꽃

그리고 달래 없는 진달래꽃

봄친구로 분홍과 보라는

다른 듯 비슷한 단짝친구죠


진달래꽃 사진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말없이 고이 보내드린다~ 는

소월의 시보다 먼저

'봄이 오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많이 아프고 난 후

회복기의 어느 봄날 들었던

'봄이 오면'은 송이송이

애틋함으로 피어나는 노래였어요


다시 봄을 볼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비집고

구슬피 젖어들던 노래여서

진달래꽃마저 함께

슬피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내게 진달래꽃은

슬프다 진달래꽃~입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퇴원을 반복하던 이들이

다시 볼 수 없는 봄이어서 아릿하고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없는 봄꽃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진달래꽃이니까요


삶이 때로 허망하고

봄날이 문득 적막하다 해도

살아 있으니 봄바람도 맞이하고

살아남았으니 먼저 간 이들을

기억할 수 있으니 봄날의 진달래는

슬픔의 깊이만큼 고마운 꽃입니다


진달래꽃에서 눈길을 거두어

제비꽃 보랏빛 향기에 젖어듭니다

올망졸망  모여 앉아 수다 중인

제비꽃은 내게 어머나 제비꽃~ 이죠

수줍게 피어나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앙증맞아서

어머나~ 웃음이 절로 나거든요


그래 다행이다

살아서 웃을 수 있으니~

슬픔은 깊고 짧게

그리고 웃음은 밝고 환하게~


겨울 지나간 자리에

봄이 들어서는 건 습관처럼 당연하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꽃이 피는 건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지만

오는 봄이 모두 다에게 오는 건 아니고

봄햇살 아래 피어나는 꽃들을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28 그냥 혼잣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