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28 그냥 혼잣말입니다
고마운 하루 고마운 친구
친절한 카톡씨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고
나 역시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
방해금지시간을 걸어둡니다
그 시간 이후 오는 톡문자는
다음날 아침에 보게 되는데요
어젯밤 친구의 마무리 인사는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친구가 건넨 다정한 밤인사를
밤새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아침인사로 화답합니다
고마운 하루 고마운 친구
오늘도 평온 하루 보내자~
가끔 생각합니다
톡문자에도 표정이 있고
갖가지 이모티콘 못지않은
기분이 분명 드러나기 때문에
어느 문자에는 보내는 이의
웃는 눈매가 떠올라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또 어느 문자에는
보낸 이의 울적함까지도
슬며시 그림자처럼 따라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중얼대는 내 혼잣말이 혹시라도
징징대며 쿨쩍대는 건 아닐까
애쓰고 또 애써보지만 나도 모르게
못난 마음 뽀시래기들이 비집고 나와
실밥처럼 너덜너덜 잉잉대는 건 아닌지
주저리주저리 부질없는 혼잣말이라도
미모와 예의와 품격을 갖추어야 하죠
말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깃든다잖아요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하지는 못하더라도
단정한 말 한마디와 기분 좋은 문자를
유쾌하게 건네고 싶습니다
주고받는 문자도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대화와 같은 거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툭 내놓기 전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게 먼저이니
입을 열기 전에
귀부터 먼저 열어야겠어요
내가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걸 주는 게 선물이듯
주고받는 말도 그런 거죠
마음의 선물과도 같으니까요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건
대화가 아니라 잔소리
쓸데없는 중얼거림은
부질없는 투덜거림
그러나 세상에 쓸모없는 일 없고
그 누구라도 귀하지 않은 사람 없고
어떤 일이라도 가치 없는 일 없고
작은 것이라도 의미 없는 것 없으니
우리 인생에 너도 필요하고
나 역시 필요한 사람이듯
서로 간에 대화도 필요하고
듣기 싫은 잔소리도
가끔은 필요해요
조곤조곤 대화도 필요하고
속닥속닥 속삭임도 필요하고
왁자지껄 수다도 물론 필요하고
중얼중얼 혼잣말도 가끔은 필요하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귀하게 듣는 귀도 필요하고
활짝 열린 마음도 필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