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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21. 2024

초록의 시간 727 꽃샘바람 맞으며

동네 한 바퀴

꽃샘바람 맞으며 길을 걷다가

고소한 냄새와 만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 자리에서

뻥튀기 할아버지가

옥수수를 튀기고 계십니다


뻥튀기 한 줌 손에 들고

바사삭 소리 내어 먹으면

기분이 좀 고소해질까요

그러나 인생은 뻥튀기가 아니라

인생 뻥이요~  막아요 뻥이욧~

요란한 소리 내며 터지도 않아요

뻥튀기가 아니니

뻥 터질 일이 없는 건

당연지사


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면

해맑은 노란 옷 입은 젊은이가

달콤한 솜사탕을 만들어 팔아요

솜사탕 한 입 베어 물면

인생이 해맑아질까요

노란 해바라기 같은 인생이 아니니

인생은 결코 해맑지 않고

솜사탕처럼 달콤하지도 않은 

두 말하면 잔소리


빵집 앞을 지나며

갓 구운 고소한 빵냄새

흐흐 웃으며 또 중얼거려요

인생이 빵도 아닌데

빵빵하게 부풀 어오르길 바라면

그 또한 부질없는 생각


그러나 부족한 마음

달콤 쌉싸래한 상상을 품에 안

무한으로 퍼져나가는 상상의 에너지가

내 하루를 쏘아 올린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커피는 이미 한 잔 마셨으니

늘 지나는 베이커리 카페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잠시 머뭇거리며

커피 향 한 모금에 얹어오는

음악을 듣습니다


여기저기 한눈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다행히 바로 중심을 잡고는

넘어지면 어때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지

넘어져야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거야~

철없는 중얼거림으로

마무리하는 동네 한 바퀴~


집에 돌아와

녹차 한 잔 앞에 두고

습관처럼 중얼거립니다

씁쓰름한 인생 녹록지 않아

녹차와 인생이 뭔 상관

우러나온 녹차 빛이

투명한 연둣빛으로 곱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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