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27 꽃샘바람 맞으며
동네 한 바퀴
꽃샘바람 맞으며 길을 걷다가
고소한 냄새와 만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 자리에서
뻥튀기 할아버지가
옥수수를 튀기고 계십니다
뻥튀기 한 줌 손에 들고
바사삭 소리 내어 먹으면
기분이 좀 고소해질까요
그러나 인생은 뻥튀기가 아니라
인생 뻥이요~ 귀 막아요 뻥이욧~
요란한 소리 내며 터지도 않아요
뻥튀기가 아니니
뻥 터질 일이 없는 건
당연지사
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면
해맑은 노란 옷 입은 젊은이가
달콤한 솜사탕을 만들어 팔아요
솜사탕 한 입 베어 물면
인생이 해맑아질까요
노란 해바라기 같은 인생이 아니니
인생은 결코 해맑지 않고
솜사탕처럼 달콤하지도 않은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빵집 앞을 지나며
갓 구운 고소한 빵냄새에
흐흐 웃으며 또 중얼거려요
인생이 빵도 아닌데
빵빵하게 부풀 어오르길 바라면
그 또한 부질없는 생각
그러나 부족한 마음
달콤 쌉싸래한 상상을 품에 안고
무한으로 퍼져나가는 상상의 에너지가
내 하루를 쏘아 올린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커피는 이미 한 잔 마셨으니
늘 지나는 베이커리 카페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잠시 머뭇거리며
커피 향 한 모금에 얹어오는
음악을 듣습니다
여기저기 한눈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다행히 바로 중심을 잡고는
넘어지면 어때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지
넘어져야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거야~
철없는 중얼거림으로
마무리하는 동네 한 바퀴~
집에 돌아와
녹차 한 잔 앞에 두고
습관처럼 또 중얼거립니다
씁쓰름한 인생 녹록지 않아
녹차와 인생이 뭔 상관
우러나온 녹차 빛이
투명한 연둣빛으로 곱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