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 726 히히힣 히죽이
히죽히죽 웃어요
합죽이가 됩시다 합합합
요즘도 이런 놀이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적에 친구들이랑 빙 둘러앉아
합죽이 놀이를 했었는데요
합죽이가 됩시다 합합합
하고서는 입을 꾹 다물고
소리를 내지 않는 놀이였어요
먼저 소리를 내서 웃거나
참지 못하고 말을 하면 지는 거였죠
평소 말이 많은 아이가 아니었는데
굳이 해야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입에서 금방이라도 뽀그르르
소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고
키드득 웃음이 피시시식
새어 나올 것만 같아서
참으로 대략 난감
요즘 같으면 할많하않 놀이
아니면 웃참 말참 놀이라 해야 할까요
합죽이 놀이를 하며
철없이 놀 나이도 이미 한참 지나고
함께 합합합 하던 친구들도
제각기 길을 떠나 흩어졌으니
요즘은 혼자서 거울 보며
히죽이 놀이를 합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그렇게 물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너무 앞서 가지 마세요
그런 질문은 이미 오래전에
조기졸업 했으니까요
대신 히죽이가 됩시다 히히힣
히죽히죽 웃는 연습을 하며
히죽이 놀이를 합니다
그것도 혼자서요
많이 아플 때
하도 죽을 많이 먹어서
물론 죽 열심히 먹고
힘 빵빵 키워 되살아났으나
너무 많이 먹은 탓으로
죽이라면 대놓고 외면
밥도 진밥보다 고슬밥을 좋아하는데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죽을 먹긴 했으나
이제는 죽이라면 동지팥죽까지도 외면
그나마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녹두죽은
어쩌다 한번 먹을락 말락
죽을 좋아하지 않으니
죽상도 좋아하지 않고
얼죽아도 과감히 패스하지만
웃는 얼굴 히죽이는 좋아해요
그래서 거울 보며 히죽히죽
혼자서 히죽이 놀이를 합니다
히죽히죽 웃다 보면
그냥 좋거든요
함께 해 보실래요
히죽이가 됩시다 히히힣~
거울이 없으면
손바닥을 거울 삼아
히죽이가 됩시다 히히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