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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19. 2024

초록의 시간 725 아무개 씨에게 보내는

아무개의 봄 편지

아무개 씨에게 아무개가

손 내밀며 인사를 건넵니다

풋풋 연초록 새순 돋아 오르는

새아씨 봄날의 마음으로

건네는 봄날의 손 편지는

무채색입니다


창밖은 맑거나 흐리거나

이미 파릇한 봄이어서

여기저기 들려오는 꽃소식으로

이미 꽃빛으로 환하고 명랑해서

무채색 편지까지금세

향기로운 꽃빛으로 물들 테니까요


아무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것을 이를 

아무거나~라고 자주 씁니다

마땅히 정하기 쉽지 않거나

분명히 밝히고 싶지 않거나

왠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시큰둥하게 아무렴 어떠냐고

툭 털어버리기도 합니다

아무거나 좋아 아무래도 괜찮아~


구체적인 이름 대신 뭉개

아무개라는 이름도 있죠

이름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분명히 누구라고 부르는 대신

두리뭉실 모자이크를 한 이름

아무개가 있어요

아무나 오라~

아무도 없다~


꽃들이 저마다

고운 이름을 불리며 피어나듯

어느 누구든 아무개가 되기보다는

번듯한 이름 석 자 내세우고 싶을 테지만

인생은 다만 슬픔이라서

이름표 살짝 감추고 싶을 때도 있어요


무얼 하든 안 하든

아무개가 아무개 씨를 응원합니다

무얼 하더라도 쉬엄쉬엄

무얼 하지 않는 순간에도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쉼의 여유를 즐겨보기로 해요


꼭 무얼 해야 한다는 마음

봄길 위에 살짝 내려놓고

반드시 그럴듯한 사람이 되어

핀 조명을 받아야 한다는

그 마음 하나 곱게 접으면

편해지고 느긋해지고

너그럽게 웃을 수도 있으니

너무 애쓰지도 말고

버겁게 달리지도 말고


넘어지면 잠시 쉬어가기로 해요

쉬는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순하고 맑은 하늘빛이

포근하게 내 맘에 젖어들도록

바라보자 그냥 바라보자~ 고

아무개가 아무개 씨에게

오다 주운 봄날의 손 편지 한 장

바람결에 날려 보냅니다


세상 모든 고운 봄빛이

잔잔히 스며들 수 있게

무채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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