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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17. 2024

초록의 시간 763 금빛 반짝 금요일

금방 오는 금요일

불금이라고들 하죠

친구와 나는 실없이

하하 호 웃으며 불금 아닌

금금~이라고 합니다


금빛 반짝 금요일이니

잠시라도 반짝이는 하루 보내자

금모랫빛으로 눈부시지 않으면 어때

크고 화려한 빛이 아님 어때

앙증맞은 꼬마전구 불빛이라도

잠시잠깐 반짝여 보자~


혼잣말로는

금금이 조금 다릅니다

내게 있어 금금은

금방 오는 금요일입니다

하루가 금방 오고 가듯이

징검다리처럼 듬성듬성 덤벙대며

금방 왔다 가는 한 주일이니까요


선물과도 같은 하루가

금빛 꼬마전구처럼

소심하게 반짝이며 다가올 때마다

나는 늘 건널목에 서 있어요


빨간불 켜진 건널목에 멈추어

초록불을 기다리는 순간과도 같아요

설렘이나 기대감에 못지않은

조급함과 안타까움이

내 안에 함께 하거든요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그 무엇이 아쉽고 안타까워서

잠시 동안 멈춤의 여유 대신

걱정과 염려의 빛을

습관처럼 끌어안고 있는 걸까요


건널목에 닿자마자

초록불이 덥석 나를 반기며

어서 건너오라 웃어줄 때도 있으나

끝나갈 무렵의 초록불이

매정하게 깜박이는 눈으로

다음에 느긋하게 건너도 되니까

제발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합니다


다음 초록불을 기다리라~

거침없이 빨간불로 바뀌고

내 발걸음을 가로막는 신호등을 보면서

인생살이는 물론이고

마음이나 생각도 이와 같을 거라고

부질없이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물론 인생의 건널목 어디에도

친절한 신호등은 없어요

생각의 건널목에서

기다리라고 깜박거리며

손사래를 쳐주는 상냥함도

당연히 물론 없죠


그러나 인생의 신호등은

생각의 건널목마다

보이지 않게 버티고 서 있어요

급한 마음에 내가 보지 못하

서둘러 건너뛰며 직진하는 것일 뿐~


생각의 신호등에

빨간불 밝히며

그만 멈추고 편안하게

생각과 걱정을 쉬라는 신호를

친절하게 건네야 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


부드러운 초록불을 밝히며

천천히 여유롭게

생각의 길을 건너라고

상냥하게 신호를 보내는 것도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인생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고

내 인생의 명장면이나

아프고 울적하고 구슬픈 순간에도

어김없이 내가 등장하니까요


생각의 건널목을 밝히며

멈추라 쉬라 천천히 건너라~

인생의 신호등도 내 것이고

어김없이 불빛의 색깔

바꾸는 손도 내 손입니다


이리저리 가지를 뻗어나가며

얽히고설키는 생각의 흐름을 

차분히 정리하는 몫도

온전히 바로 나~

어차피 내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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