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May 15. 2024

초록의 시간 762 덩굴장미가 건네는

위로 한 마디

덩굴장미가 고운 아침길은

발그레한 미소에 얹어

무심히 툭 건네는

위로 한 마디 덕분에

더불어 향기롭습니다


파란 오월 하늘 아래

오롯이 혼자 걷고 있으나

앞에서 오는 이들도 반갑고

스쳐 지나가는 이들도

덩달아 정겹습니다


어우렁더우렁이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덩굴장미 흐드러진 아침 길은

하늘이랑 바람이랑 그리고

내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까지

어우렁더우렁 함께 어우러지는

상쾌하고 정다운 길입니다


엄마손은 동생이 탄 유모차에 양보하고

유모차 곁을 의젓하게 따라 걷는

꼬맹형아의 목소리에 이어

젊고 예쁜 엄마의 야무진 목소리가

내 귀에도 울려 들어

잠시 걸음을 늦춥니다


아마도 신조어에 관한 이야기인 듯~

꼬맹이가 낯선 말에 대해 묻자

그건 말이지~

엄마도 처음 듣는 말이긴 한데

사람들이 자꾸 쓰다 보면 우리말이 돼

있던 말도 우리가 안 쓰면

없어지기도 하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지만

학생시절 국어시간에 눈을 반짝이며

공부 열심히 하는 소녀였을 것 같아요

쪼꼬미 아들에게 제법 단단하게

차근차근 알려주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해서

엄지 척~ 좋아요~!!

흐뭇하게 웃으며 지나치는데요


아 알겠다아~

잘랑대는 맑은 종소리처럼

뒤이어 들려오는 꼬맹이의 목소리가

나를 푸훗 웃게 합니다


엄마가 휴대폰으로 쇼핑할 때

장바구니에 우리 옷이랑 엄마 옷

예쁘다고 잔뜩 담아두었다가

우리들 옷만 사서 입히고

엄마 옷은 그냥 비워서 없애는 것처럼

말들도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거지?


엄마 닮아 똘망똘망

말도 잘하는 쪼꼬미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스르르 또 웃게 됩니다


그럼 그럼~

고개 끄덕이는

젊고 예쁜 엄마의 대답도

어쩜 그리 사랑스러운지요


우리 애기들 옷부터 사야지

내 옷은 다음에 사도 돼~

그러면서 장바구니를 비우게 되지

우리가 쓰는 말이랑 입는 옷이랑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렇군요

한마디 말은

우리의 마음을 빛나게 하는

마음의 옷과도 같아서

때로 사랑으로 반짝이다가

위로의 따스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우렁더우렁 함께 사는 이들을 향한

덩굴장미의 미소와도 같으니까요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덩굴장미 흐드러진 아침길에서

사랑스러운 꼬맹이와

야무진 꼬맹이 엄마에게서 배우는

재미나고 향기로운 시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61 수줍은 소녀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