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62 덩굴장미가 건네는
위로 한 마디
덩굴장미가 고운 아침길은
발그레한 미소에 얹어
무심히 툭 건네는
위로 한 마디 덕분에
더불어 향기롭습니다
파란 오월 하늘 아래
오롯이 혼자 걷고 있으나
앞에서 오는 이들도 반갑고
스쳐 지나가는 이들도
덩달아 정겹습니다
어우렁더우렁이라는 말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덩굴장미 흐드러진 아침 길은
하늘이랑 바람이랑 그리고
내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까지
어우렁더우렁 함께 어우러지는
상쾌하고 정다운 길입니다
엄마손은 동생이 탄 유모차에 양보하고
유모차 곁을 의젓하게 따라 걷는
꼬맹이 형아의 목소리에 이어
젊고 예쁜 엄마의 야무진 목소리가
내 귀에도 울려 들어
잠시 걸음을 늦춥니다
아마도 신조어에 관한 이야기인 듯~
꼬맹이가 낯선 말에 대해 묻자
그건 말이지~
엄마도 처음 듣는 말이긴 한데
사람들이 자꾸 쓰다 보면 우리말이 돼
있던 말도 우리가 안 쓰면
없어지기도 하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지만
학생시절 국어시간에 눈을 반짝이며
공부 열심히 하는 소녀였을 것 같아요
쪼꼬미 아들에게 제법 단단하게
차근차근 알려주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해서
엄지 척~ 좋아요~!!
흐뭇하게 웃으며 지나치는데요
아 알겠다아~
잘랑대는 맑은 종소리처럼
뒤이어 들려오는 꼬맹이의 목소리가
나를 푸훗 웃게 합니다
엄마가 휴대폰으로 쇼핑할 때
장바구니에 우리 옷이랑 엄마 옷
예쁘다고 잔뜩 담아두었다가
우리들 옷만 사서 입히고
엄마 옷은 그냥 비워서 없애는 것처럼
말들도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거지?
엄마 닮아 똘망똘망
말도 잘하는 쪼꼬미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스르르 또 웃게 됩니다
그럼 그럼~
고개 끄덕이는
젊고 예쁜 엄마의 대답도
어쩜 그리 사랑스러운지요
우리 애기들 옷부터 사야지
내 옷은 다음에 사도 돼~
그러면서 장바구니를 비우게 되지
우리가 쓰는 말이랑 입는 옷이랑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렇군요
한마디 말은
우리의 마음을 빛나게 하는
마음의 옷과도 같아서
때로 사랑으로 반짝이다가
위로의 따스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우렁더우렁 함께 사는 이들을 향한
덩굴장미의 미소와도 같으니까요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덩굴장미 흐드러진 아침길에서
사랑스러운 꼬맹이와
야무진 꼬맹이 엄마에게서 배우는
재미나고 향기로운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