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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14. 2024

초록의 시간 761 수줍은 소녀에게

모란이 작약에게

화려한 모란이 지고 나니

수줍은 작약이 피어납니다

모란은 오월의 꽃이고

작약은 유월의 꽃이라는데

성급한 날씨가 재촉하는 바람

꽃들도 부스스 이르게 피어납니다


중국에서는 작별할 때

한 송이 꺾어 건네는 꽃이라

작별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사랑했으나 헤어지며 건네는

작약꽃 한 송이는 하늘하늘

애틋한 모습입니다


함박꽃 芍의 발음이

약속하다는 약約의 발음과 비슷해서

약속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고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한다는 꽃말도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건네는 꽃이랍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하얀 작약꽃이

신부들의 부케에도 쓰인다고 해요


약속의 꽃이기도 하고

작별의 꽃이기도 한 작약을 보며

모든 것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약속과 이별도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까요

만남이 있으니 헤어짐도 있고

작별이 몹시 아쉬워

다시 만날 약속도 하는 거니까요


가고 오는 것 또한 마찬가지

꽃의 자리를 물려주고 가는

모란 여왕이 작약 공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왔니 부끄럼쟁이 작약소녀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딘정하고 순하고 여린 미소로

수줍게 피어나는

너의 이름은 작약


선명하지 않아 오히려 정겹고

바람 따라 이리저리 고개 돌리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니

더욱 아리땁고 사랑스러운

너의 이름은 작약


나의 봄은 너무 이르고

이른 만큼 짧았으나

짧아서 더욱 눈부시게 화려했지

천천히 뒤따라 온 너

수줍음까지도 순하예쁜

너의 이름은 작약


너는 풀이고 나는 나무지만

서로 다른 듯 비슷해서

너는 초목단

나는 목작약이라 불리기도 하지


여러해살이풀인 너는

부끄럼쟁이라 금방 시들고

여리고 순해 보여도

뿌리는 약재로도 쓰이는

가치 있고 쓸모 많은 꽃이야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설 것만 같은

볼 빨간 소녀 작약에게

너도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이라 말해 주고 싶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저마다 주인공이고

살아 있으므로 마땅히

응원받아야 한다는 것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낯을 가리며 머뭇거리거나

우물쭈물 망설이지 말고

눈부시게 활짝 웃어 보렴

꽃송이가 탐스러워

함박꽃이라고도 불리는 너


바람에 한 걸음 물러서더라도

활짝 눈부시게 함박미소 지으렴

지금은 너의 시간이고

넌 이미 주인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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