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May 18. 2024

초록의 시간 764 친절한 의자 씨

행복 씨의 미소

아마도 포토존인가 봅니다

꽃길 걷다 지칠 때

잠시 앉아 다리를 쉬며

활짝 미소로 셀카도 찍어보라고

분홍 꽃들을 배경으로

친절한 의자 씨가 놓여 있어요


종종걸음으로

어찌 그리 바쁘냐고

급할 게 뭐 있느냐고

친절한 의자 씨가 바람개비처럼

팔랑 손짓을 합니다


아침길에 얻어 들은

사랑스러운 초등생들의 대화가

문득 생각나서 피식 웃습니다

언제가 좋을까 고백타임~


꼬맹이들도 타이밍을 아는 거죠

애한테 건넬 선물은 준비했는데

언제 주면 좋을까~ 고개 갸웃거리며

친구에게 묻는 진지한 모습이

순수하고 맑아서 예뻐 보였습니다


함께 가는 친구의 대답은

이미 내 곁을 스쳐 지나간 뒤라서

제대로 듣지 못했으나

뒤이어 들려오는

까르르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럼요

인생은 타이밍

쉼도 고백도 타이밍

지금은 쉴 타이밍~이라고

친절한 의자 씨가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듯~


지금 몹시 바쁘니

가던 길 가고

이따 나중에 돌아와 앉겠다고

바삐 가시는 님~


그러지 마요

인생에 나중이 있던가요

지금 바로 앉으면

님을 위한 행복 의자지만

그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의자가 비어 있으리라고

아무도 약속할 수 없으니까요


친절한 의자 씨의 손짓에

그래 지금이야~ 가던 길 멈추고

이미 누군가 앉아서

편안히 그리고 가벼이

행복 미소 지으며

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요 인생은 타이밍

맞아요 행복도 타이밍


나를 위한 의자 씨의 친절은

바로 지금이고

내게 건네는

행복 씨의 미소 역시

바로 지금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63 금빛 반짝 금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