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Apr 18. 2024

초록의 시간 742 수줍은 모란인지

불량소녀 모란인지

앞머리를 치렁하니 늘어뜨린

고운 모란을 만났습니다

수줍은 모란인지

불량소녀 모란인지 묻다가

혼자 피식 웃고 맙니다


가던 길 그냥 가라고

모란이 중얼거리는 듯

불량소녀라니욧~

살다 살다 그런 소리는 처음이라며

요즘 꽃이나 노래나 모란이 대세라

모란인지 작약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고개 갸웃거리던 이들도

아하 오리발 잎을 보니 모란이구나

스스로 알아서 고개 끄덕이는데

수줍 모란이니 불량소녀 모란이니

그런 소리는 얼른 집어넣으라고

잎사귀로 이마를 가린

꽃자주 모란이 새초롬 웃고 있어요


모란인 건 나 역시

오리발 같은 초록잎을 보고 알았지만

사랑스러운 얼굴을 절반이나

초록잎사귀로 가린 모습을 보고

불량소녀들의 깻잎 머리가 생각나서

혼자 피식 웃었던 건데

흥칫뿡~ 모란에게

구박만 듣고 말았습니다


한 걸음 다가서서

모란꽃 향기를 맡아봅니다

진평왕의 딸로 영특한 덕만공주였다가

지혜로운 선덕여왕이 된 후

당나라 태종이 보낸 꽃 중의 꽃

부귀영화의 꽃 모란 그림을 보고는

그림 속에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는 꽃이라 말했다는데요


함께 보내온 씨앗을 심었더니

역시나 향기가 없었다는

옛이야기가 생각나서

친구에게 톡을 쏩니다


모란 향기 있는데?

하얀 나비도 날아드는데?

하하 웃음과 함께

친구의 답이 옵니다

그건 당나라 때니까~

우문현답이네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41 꽃보다 연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