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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19. 2024

초록의 시간 743 박태기랍니다

올망졸망 예쁜 꽃

박태기라니~ 여드름 송송

사춘기 소년의 이름 같아요

이유도 없이 치고받고

이 벽에 꽈당 부딪쳤다가

저 벽에도 와딩탕 부딪치며

 한 마디 없이 저 혼자 들끓어 오르는

개구진 소년의 이름으로 딱입니다


그러나 소년의 이름이 아니고

꽃나무 이름이 박태기랍니다

자잘한 자줏빛 꽃망울들이

구슬처럼 다닥다닥 어깨를 기대고

푸른 이파리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을 품고 있는

박태기나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하필 이름이 박태기라니

개구쟁이 소년 이름도 아니고

울퉁불퉁 사춘기 소년 이름도 아닌

귀엽고 사랑스러운 꽃나무 이름입니다


작아도 탱글탱글 야무진 꽃이라

잎보다 먼저 고개를 내미는 꽃망울이

밥알을 닮아서 밥풀떼기나무라거나

밥티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다가

박태기나무가 되었답니다


붉디붉은 꽃구슬들이

조랑조랑 매달린 예쁜 꽃나무를

그리스어로는 칼집나무라고 한대요

콩과 나무라서 꽃이 지고 나면

주렁주렁 맺히는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칼집을 닮았다는데 예쁜 꽃나무 이름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


예수님을 야무지게 배신한

유다가 죽은 나무라서

유다나무라고도 부른답니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

서로에게 의지하듯 줄줄이 이어져

올망졸망 예쁘기만 한데

배신의 상징이라니 그 또한

어울리지 않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박태기나무의 꽃말이

우애와 배신이듯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음을

다시 생각하며 고개 들어

박태기나무를 바라봅니다


배신이라는 꼬리표는 떼어 버리고

고향인 중국에서 건너올 때

우애로운 삼 형제의 전설과 함께 왔으니

우애의 자주꽃밥이라고 생각할래요


배고플 땐 너도 한 알

나도  한 알 나눠먹고 싶으나

꽃에는 아린 맛과 독성이 있다니

먹지는 말아야겠어요


파란 하늘과도 어울리고

초록 이파리들과도

오순도순 사이가 좋은

자줏빛 꽃구슬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호강에

배도 부르고 마음까지 넉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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