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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23. 2024

초록의 시간 768 소멸한다는 것

생각 따위 하지 않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슬퍼지고 괴로워지고

밀물처럼 걱정이 밀려드니

일단 멈춤 그리고

생각 따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나무수국이 새하얀 꽃송이를

탐스럽게 풍고 있다가

하늘거리는 바람결에

아낌없이 꽃잎 뚝뚝 떨구며

텅 빈 송이가 되어 가벼워지듯이

생각의 머리카락들을 잘라내고

단정하고 단순하고 평온해지듯이


그래 생각 따위 하지 않아~

그리고 웃어 봅니다

생각이 없어 웃는 게 아니라

생각하다 보면 웃을 수 없으니

생각을 죄다 내다 버리고

생각을 아예 안 해 버리고

그냥 웃어 봅니다


내 생각의 뽀시래기들이

나무수국 하얀 꽃이파리 날리듯

바람에 휘날리다가 

거침없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내려앉은 꽃이파리 사이로

숨어드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꽃이 피었다 지듯이

기쁨도 퐁퐁 솟아올랐다 사그라지고

바람이 불어왔다 불어가듯이

슬픔도 왔다가 스쳐 지나갈 테고

밝게 떠오른 하루 해가 

어김없이 저물듯이

걱정도 저물 거라 생각하면

뭐 그리 애달플 것도 없으니

웃어도 괜찮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빈 주먹으로 태어날 때

이미 크게 울었으니

생각 따위 하지 않고

그냥 웃어볼래요


누구나 빈 손으로 가는 인생

가여운 마음으로 웃으면 돼요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어쩌다 울며 태어나서

서서히 소멸해 가는

가여운 인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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