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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22. 2024

초록의 시간 767 간직하는 마음

간직한다는 말

크고 번듯하고

귀하고 값진 것을

덥석 사지는 못합니다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그다지 쓸모는 없는 것들에

철없이 손이 갑니다


하나를 집어 들고는

또 하나를 덤으로 삽니다

양손에 떡이 아니라

내게 좋고 편하고

즐거운 것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거든요


나처럼 그 누군가도

이런 걸 좋아할 테니

앙증맞은 재미를

나누고 싶은 마음인 거죠


얼마 전 산 아래 친구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어요

은행봉투 안에 천 원짜리

새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죠

처음 나올 때 기념으로 남겨둔 거라며

덧붙이는 말이 재미납니다

넌 잘 간직하잖아~


간직한다는 말이

정겹고 고마운 단어인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친구와 나비슷해서

그 친구도 나처럼 잘 간직합니다

오래전 내가 건넨 카디건을

아직도 귀하게 입고 있어요


나와 향과 체격이 비슷해서

가끔 옷을 살 때 입어보고

편안하면 그 친구 옷을

하나 더 사기도 합니다


매일 톡톡거리지만

자주 만나지는 않아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같은 옷을 서로 다른 곳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으니까요


내가 건넨 작은 것을

귀하게 간직해 주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오늘도 고마운 하루를 보내야겠어요


서로의 마음을 고이 간직하면서

흘러가는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

내게서 너에게로

네게서 나에게로

다정하고 포근한 인생길이

잔잔히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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