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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767 간직하는 마음

간직한다는 말

by eunring

크고 번듯하고

귀하고 값진 것을

덥석 사지는 못합니다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그다지 쓸모는 없는 것들에

철없이 손이 갑니다


하나를 집어 들고는

또 하나를 덤으로 삽니다

양손에 떡이 아니라

내게 좋고 편하고

즐거운 것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거든요


나처럼 그 누군가도

이런 걸 좋아할 테니

앙증맞은 재미를

나누고 싶은 마음인 거죠


얼마 전 산 아래 친구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어요

은행봉투 안에 천 원짜리

새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죠

처음 나올 때 기념으로 남겨둔 거라며

덧붙이는 말이 재미납니다

넌 잘 간직하잖아~


간직한다는 말이

정겹고 고마운 단어인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친구와 나는 비슷해서

그 친구도 나처럼 잘 간직합니다

오래전 내가 건넨 카디건을

아직도 귀하게 입고 있어요


나와 취향과 체격이 비슷해서

가끔 옷을 살 때 입어보고

편안하면 그 친구 옷을

하나 더 사기도 합니다


매일 톡톡거리지만

자주 만나지는 않아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같은 옷을 서로 다른 곳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으니까요


내가 건넨 작은 것을

귀하게 간직해 주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오늘도 고마운 하루를 보내야겠어요


서로의 마음을 고이 간직하면서

흘러가는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

내게서 너에게로

또 네게서 나에게로

다정하고 포근한 인생길이

잔잔히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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