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의 시간 766 염화미소

오월의 정원에서

by eunring

아기자기한 오월의 정원에서

염화미소를 만납니다

뿌연 흙탕물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의연한 연꽃송이를 봅니다


활짝 피기 전 망울진 모습이

동트기 전 새벽을 닮았습니다

소리도 없이 맺힌 미소에

차고 맑은 향기가 머물러

잔잔히 곱고 아름답습니다


연꽃을 잡고 마음을 나누는

염화미소를 생각합니다

소리도 없이 꽃망울처럼 맺히는

아름다운 그 미소를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만

배시시 머금으란 법 있나요


부처님의 제자는 아니지만

수연성 안락화 여민선 원행심

법명도 곱고 품도 너그러운

불제자 친구님들을 여럿 두었으니

부처님과 가섭의 이심전심처럼

내 삶의 연꽃을 잡고

스스로 미소 짓고 싶습니다


때로 삶이 갇힌 듯 막막할 때

진흙 속에서도 맑게 피어오르는

한 송이 연꽃을 생각하며

연잎 위 물방울 또르르 떨구듯

모든 걸 떨쳐낼 수 있기를~


내 것이 아니면서도 내 것 같은

빛으로 눈부신 오월의 정원

빛을 품어 그림자마저도

눈부시게 맑고 환한

오월의 정원에서

욕심 없이 정갈한 모습으로

여유로운 미소 머금은

연꽃 한 송이를 바라봅니다


좁다랗게 막혀버린 흙탕물일지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인 듯

검푸른 하나의 우주인 듯

흐를 수 없어 멈출 필요도 없으니

무한함으로 가볍고 자유로운

연꽃 한 송이를 봅니다


빛도 마음이고

그림자도 마음이니

마음 하나 가벼이

바람에 나부낄 수 있기를~


진흙더미에 갇힌

한 송이 연꽃일지라도

마음 하나 종이배처럼 고이 띄워

유유히 흘러갈 수 있는

오월의 정원에서~


연꽃 만나러 가는

한 줄기 바람이 되고 싶은

오월의 정원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765 하루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