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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26. 2024

초록의 시간 769 장미의 시간

쭈그렁 장미

장미가 시들어갑니다

시들어도 장미는

그래도 어여장미라고

중얼거리며 장미 길목을 서성이다가

꼬맹이의 풍선을 만납니다


엄마 손에는 귀여운 꼬맹이가 

매달려 사랑스럽게 대롱거리고

꼬맹이 손에는 무지개 닮은

풍선이 대롱대롱~


엄마 엄마 엄마~

한 번만 불러도 되는 엄마를

서너 번씩 불러가며

꼬맹이가 묻습니다


장미가 장미 가시에 찔렸나 봐요

꼬맹이 물음에 엄마가 되묻습니다

장미가 장미 가시에 찔리다니

왜 그렇게 생각하니?


음~잠시 생각하다가

꼬맹이가 대답합니다

내 친구는 있잖아요 엄마

장미축제에서 받은 풍선이

금방 하고 터져서

울음이 빵 터져 버렸대요


그래? 어쩌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서

풍선이 그만 터져버렸대요

그래서 쭈그러진 풍선이 되었다고

내 친구 얼굴도 쭈굴쭈굴 쭈그렁~


근데 우리 동네 장미들도

가시에 찔려 빵 터져버렸나 봐요

보세요 엄마

쭈글 장미가 돼 버렸어요

할머니 얼굴처럼 쭈굴쭈굴 쭈그렁~


그렇구나 장미가 쭈그러졌네

장미 가시가 잘못했네

엄마가 아는 어느 시인님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데


정말요?

꼬맹이의 눈이 똥그래집니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어요?

풍선이 빵 터져서 쭈그러지는 것처럼

시인님도 그렇게~요?


장미가 예쁘게 피었다 시들듯이

살아 있는 건 다 시들고

나중엔 죽는 거야

엄마의 대답이 차분하게 이어집니다


생명이니 시들고

생명이니 죽음을 맞이하지

피어난 꽃은 시들어 쭈그러들고

그러다 땅 위로 향기롭게 떨어지지만

만든 꽃은 그대로야

생명이 없으니


그럼 풍선도 시인님이야?

시인님처럼 장미 가시에 찔렸으니까

아님 시인님이 풍선?

연거푸 고개 갸웃거리는

꼬맹이의 중얼거림

엄마 웃음이 빵 터집니다


풍선도 장미 가시 조심

시인님도 장미 가시 조심

그럼 우리 동네도

장미 가시 조심해야겠네


왜냐고 묻는 엄마에게 향하는

꼬맹이의 대답이 쾌합니다

우리 동네가

장미마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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