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시들어갑니다
시들어도 장미는
그래도 어여쁜 장미라고
중얼거리며 장미 길목을 서성이다가
꼬맹이의 풍선을 만납니다
엄마 손에는 귀여운 꼬맹이가
매달려 사랑스럽게 대롱거리고
꼬맹이 손에는 무지개 닮은
풍선이 대롱대롱~
엄마 엄마 엄마~
한 번만 불러도 되는 엄마를
서너 번씩 불러가며
꼬맹이가 묻습니다
장미가 장미 가시에 찔렸나 봐요
꼬맹이 물음에 엄마가 되묻습니다
장미가 장미 가시에 찔리다니
왜 그렇게 생각하니?
음~잠시 생각하다가
꼬맹이가 대답합니다
내 친구는 있잖아요 엄마
장미축제에서 받은 풍선이
금방 빵 하고 터져서
울음이 빵 터져 버렸대요
그래? 어쩌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서
풍선이 그만 빵 터져버렸대요
그래서 쭈그러진 풍선이 되었다고
내 친구 얼굴도 쭈굴쭈굴 쭈그렁~
근데 우리 동네 장미들도
가시에 찔려 빵 터져버렸나 봐요
보세요 엄마
쭈글 장미가 돼 버렸어요
할머니 얼굴처럼 쭈굴쭈굴 쭈그렁~
그렇구나 장미가 쭈그러졌네
장미 가시가 잘못했네
엄마가 아는 어느 시인님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데
정말요?
꼬맹이의 눈이 똥그래집니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어요?
풍선이 빵 터져서 쭈그러지는 것처럼
그 시인님도 그렇게~요?
장미가 예쁘게 피었다 시들듯이
살아 있는 건 다 시들고
나중엔 죽는 거야
엄마의 대답이 차분하게 이어집니다
생명이니 시들고
생명이니 죽음을 맞이하지
피어난 꽃은 시들어 쭈그러들고
그러다 땅 위로 향기롭게 떨어지지만
만든 꽃은 그대로야
생명이 없으니
그럼 풍선도 시인님이야?
시인님처럼 장미 가시에 찔렸으니까
아님 시인님이 풍선?
연거푸 고개 갸웃거리는
꼬맹이의 중얼거림에
엄마 웃음이 빵 터집니다
풍선도 장미 가시 조심
시인님도 장미 가시 조심
그럼 우리 동네도
장미 가시 조심해야겠네
왜냐고 묻는 엄마에게 향하는
꼬맹이의 대답이 유쾌합니다
우리 동네가
장미마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