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59 찢어지는 아픔을 노래하는
영화 '야반가성'
부옇게 날 흐리고
촉촉 비 내리는 날
영화 한 편을 봅니다
'야반가성'은
한밤의 세레나데인데요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나와도
여전히 로미오인 장국영~
지금도 한결같이 미소년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미소년일
장국영을 봅니다
'순식간에 당신을 잃고
당신이 밤이슬처럼 사라지니
이 찢어지는 아픔을
어떻게 표현하리오
이젠 꿈속에서나 찾을 수밖에~'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앉아서
느긋한 휴일모드로 보다 말고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일어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귀 기울여 보고 듣습니다
찢어지는 아픔을 노래하는
영화 그리고 장국영을
어찌 비스듬히 보겠어요
노래를 팔지 않는다며
텅 빈 극장에서 홀로 노래하는
젊은 오페라 가수 위청 앞에
미쳐버린 두운언(오천련)이 나타나
박수를 치며 환하게 기뻐하는 모습이
찢어지는 사랑의 아픔인 듯
애잔하고 처연하고 안타깝습니다
십 년 만에 그녀의 기쁜 얼굴을 봐서
좋았다는 송단평(장국영)은
검고 치렁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장막 뒤에 오페라의 유령처럼 머무르죠
왜 살아있으면서 만나지 않느냐 묻는
위청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송단평은
화상 자국으로 뒤틀리고
뭉그러진 얼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국 영~
십 년 전 애틋한 사랑에 빠진
오페라 가수 단평과 부잣집딸 운언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게 헤어지게 됩니다
극장은 불이 나는 바람에
한순간 폐허가 됩니다
단평은 죽었다는 소문으로 남고
운언은 원하지 않는 결혼과
단평의 죽음 소식에 그만 미쳐버리죠
죽고 싶었으나
사랑하는 운언이 눈에 밟혀
차마 죽지 못한 단평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그의 노래를 들으려고
극장으로 오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을 닮은 위청을 내세워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요
위청을 단평으로 아는 운언에게
위청이 편지를 전하자 운언은
활짝 웃으며 읽어달라고 합니다
'10년 세월 흘렀으나 당신 잊지 못했다
언젠가 당신 곁으로 가겠노라'는
단평의 편지를 소중하게 가방에 넣고
립스틱을 사러 나갔다가
전남편에게 맞고 쓰러진 운언을
위청이 구해줍니다
위청을 단평으로 알고 끌어안는
운언을 몰래 숨어 지켜보다가
'날 대신하라고 했지
내가 되라고 하지 않았다~'고
소리치는 단평에게 위청은 말합니다
'날 대신 보내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건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얼굴을 가린 채 찾아온
단평을 반기며 웃는 운언에게
얼굴의 상처를 보여주고는 돌아서는
단평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십 년 전 극장 화재는 사고가 아닌
비극적인 사건이었음을 밝힙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두언은 미치고
자신은 지옥 같은 삶을 살아왔으며
위청까지 망가지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병원으로 운언을 찾아가는 단평을
얼굴 상처 따위 상관없다는 듯
반겨 맞이하는 운언에게
지금부터는 영원히
당신 곁에 있겠노라~고 하죠
자신을 위해 만든 그 곡은 다 썼냐고
운언이 묻자 다 썼노라고
단평은 그녀를 위한
노래를 들려줍니다
'당신과 나는 밤에만 만나서
사랑을 속삭일 수 있소
언젠간 소원을 이루어
당신과 멀리 떠나리라'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검은 망토를 두르고 노래하는
장국영의 목소리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감미롭고 그만큼 애잔한
그리고 적막한
장 국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