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88 피고 지는 반반 인생
양지와 음지에서
아침저녁으로 톡 안부를 건넬 때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가
아파트 입구를 화관처럼 장식하던
능소화가 뚝뚝 떨어진다고
소식을 전합니다
능소화는 피어날 때도 곱고
주렁주렁 활짝 피어나도 예쁘지만
떨어진 꽃송이까지도 단정한 모습이
사랑스럽다며 친구가 내게 물어요
너네 동네 능소화는 이제 활짝 피었니
울 동네 활짝 필 때
잔잔히 피어나기 시작했으니
이제 주홍빛 꽃나팔 불듯이
명랑하고 화사하겠다~
글쎄 모르겠네~
며칠 감기랑 친구 하면서
감기약 먹느라 커피를 쉬는 바람에
1일 1 커피를 핑계 삼아 지나가던
능소화길에 가보지 못했거든요
이제 슬슬 나가 볼 거야
그 길의 능소화가 얼마나 피었는지
보고 와서 알려 주겠노라
친구에게 답을 하고
집을 나섭니다
울 동네 길가의 능소화는
치킨도 아닌데 반반입니다
프라이드와 양념 반반이 아니라
양지와 음지 반반인데요
어디 반반 치킨
반반 능소화 꽃길만 있겠습니까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우리 인생도 가만 보면
어김없이 반반 인생이죠
어디서든 피고 지는 꽃들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잖아요
누군가 웃으면 어디선가는 울고
기쁨으로 마구 들뜨다가도
슬픔으로 풀썩 가라앉는 게
우리 삶이니까요
그늘진 곳에서
남보다 느리게 피어나는
짠내 나는 꽃도 있고
찌그러진 인생도 있어요
양지바른 곳에서
근심 걱정 따위 상관없이
해말갛게 피어나는
부내 찰랑 꽃도 있고
부내 듬뿍 인생도 있죠
커피 한 잔의 행복에
웃음꽃 피는 쪼매난 인생도 있고
그 길에서 언제나 반겨주는
길가의 꽃들도 있으니
피었다 지는 꽃
피고 지는 인생
활짝 웃다 시드는 꽃
울다가도 웃는 인생
모두가 반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