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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14. 2024

초록의 시간 803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영화 '말없는 소녀'

영화 제목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어~

난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급 현타~


영화를 좋아하고

한때 소리가 나지 않는

말없는 소녀이긴 했으나

지금은 아니거든요

어린 소녀는 물론 아니고

말없다고도 더는 말할 수 없으니까요


아일랜드의 독립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 소설은

아일랜드의 소설가 플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랍니다

어쩌다 맡겨졌으나 말이 없는 소녀가

가족의 사랑과 의미를 배워가는

짤막한 여름 이야기인 거죠


그다지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면데면 무심가족으로부터

잠시 친척집에 맡겨진 소녀

코오트의 여름은 짧지만

햇살 가득 눈부십니다


요란한 발소리를 내지 않고

말소리를 나직하게 줄이면서도

서로의 빈자리에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스며드는 사랑이

고요하고 적막하면서도

애틋한 울림으로 일렁입니다


말없는 소녀에게 건네는

아주머니의 오렌지주스 유리컵에 담긴

맑고 투명하고 절제된 슬픔과

외로움은 고즈넉합니다


소녀의 머리를 정성껏 빗어주며

차분히 숫자를 헤아리는

아주머니의 느린 손끝에는

수다스럽지 않은 다정함이

햇살처럼 반짝 머물러요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샘터에서 물을 길어오며

서로에게 건네는 진심 사랑은

찰랑찰랑 넘치지 않으면서도

정겹고 따사롭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행운과도 같이

우연히 보게 된 작은 영화는

뜻밖의 선물처럼 마음에 남아

서늘한 그림자를 길게 남깁니다


비밀이 있는 집은

부끄러움이 많은 집이라고

아주머니는 말하죠

많은 이들이 침묵할 기회를 잃어서

많은 걸 잃었단다~

아주머니는 고요한 침묵이 주는

잔잔한 위로를 소녀에게 건넵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난 감동은

몇 마디 말이나 몇 줄의 글로는

감히 표현 불가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찬찬히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말없는 소녀'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 저 밑바닥을 따갑게 헤집어 놓아요


영화의 제목처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영화는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보며 느끼는 거니까요

잠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말없는 소녀가 되어보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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