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ul 15. 2024

초록의 시간 804 이웃집 아름이

커피 친구 경주빵

이웃집 토토로가 아니라

이웃집 아름이랍니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름이래요


보이는 건 무심

보는 건 관심

들리는 건 무심

듣는 건 관심

이미 아는 건 무심

좀 더 알고 싶은 건 관심~


이웃집 할머니가 개모차를 끌고

우두커니 집 앞 의자에 앉아

주간보호센터에 가시는 

할아버지를 배웅하고

잠시 쉬고 계십니다


왠지 무심히 지나갈 수가 없는

쓸쓸한 인생의  장면이리서

쓰윽 스쳐 지나가지 못하고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그냥 가는 건 실례

멈추는 건 예의

그리 궁금하지 않아도

묻지 않는 건 실례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한 걸음 다가서서 묻는 건 예의~


걸음을 멈추고 웃음 건네며

무슨 얘기로 아침 인사를 건넬까

잠깐 생각하다가

개모차에 앉은 강아지 이름이

무엇이냐 여쭈니 아름이래요


아들이 바빠서

자주 오지 못한다며

머니 심심하실까 봐

데려다 놓은 강아지랍니다


한때는 엄마의 껌딱지

애지중지 꼬맹이 아들이었으나

다 커서 독립하고 나니

아들 나름 먹고사는 게 바빠서

엄마 보러 자주 올 수 없는

아들 자리 대신하는 강아지 아름이는

짖지도 않고 물지도 않는

완전 순둥이래요


물끄러미 큰길을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다시 돌아보는데

짖지도 물지도 않는 순둥이 아름이처럼

소리 없는 장면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오후가 되면 같은 자리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리실 할머니 곁에는

어김없이 개모차가 놓여 있고

짖지 않는 강아지 아름이가

할머니의 심심함과 친구 하며

순한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을 테죠


집에 돌아와 앉자마자

왠지 짠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달콤 경주빵과 커피를 마주합니다

작고 앙증맞은 경주빵이 순해 보여서

한참 동안 이윽히 바라보다가

냅다 혼자 중얼중얼~


누군들 어쩌겠어

인생 그런 건데

커피 한 잔의 개운함으로도

쪼매난 경주빵의 달콤함으로도

달랠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이웃집 할머니의 적막함

순둥이 아름이로 달랠 수 없는

그것이 인생인데

어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803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