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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20. 2024

초록의 시간 809 셈라라는 디저트

영화 '오토라는 남자'

이미 본 영화라는 생각에

하마터면 채널을 돌릴 뻔했어요

오베에서 오토로 이름이 바뀐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연기 잘하는

믿고 보는 배우 톰 행크스여서

마음 잡고 찬찬히 보기 시작합니다


'오베라는 남자'

미국 버전이랍니다

톰 행크스가 맞춤옷을 걸친 듯

예민하고 퉁명스러운 원칙주의자

그러나 속은 다정하고 따뜻한

까칠 남자 오토를 제대로 연기합니다


사랑하는 아내 소냐를 만나기 전

온통 흑백이었던 그의 삶에

유일한 컬러로 짠 나타난 소냐

원하는 건 다 사 주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내 소냐를 보내고

직장에서도 밀려난 그가

다 포기하고 죽고 싶었던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소냐가 없으니 되는 일 1도 없고

그러니 소냐가 있는 저 세상으로 가자~

전기와 전화도 해지하며 주변을 정리하고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고

죽으려는 바로 그 순간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맞은편 집으로 이사를 온

시끄럽고 사랑스러운 오지라퍼

마리솔 덕분에 귀찮고 성가시고

번거로운 삶을 다시 살아가게 됩니다

마리솔의 말처럼 그는

죽는 데 소질이 없었던 거죠


주말 오후에 디저트 셈라를 함께 먹던

소냐가 없는 세상에 홀로 된다는 것은

다시 무미건조한 흑백의 삶으로

되돌아온다는 거였는데

이웃들이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매달고

길고양이까지 그에게 손을 내밀며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일상의 색깔을 입혀줍니다


갑자기 쓰러진 그에게

의사는 심장이 크다고 조심하라는데

죽는 게 제일 어렵죠?

까르르 웃다가 산통을 느끼는 마리솔은

셋째인 아들 마르코를 낳고

마르코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 가족에게

새로 칠한 아기 침대를 선물하는 오토는

이제 투덜대는 괴팍 노인이 아니라

다정한 이웃 할아버지입니다


마리솔에게 손 편지를 쓰고

동네 청년에게 자동차를 선물하고

트럭에 마리솔 가족을 태우고

이게 인생이지~ 피식 웃는 오토는

이웃 사랑으로 훈내 뿜뿜뿜

남 하부지님이 되신 거죠


마르코가 살이 되는 해

밤새  쌓인 집 앞의 눈을 치우지 못하고

그는 소냐의 곁으로 갑니다

심장이 커서 갑자기 갈 수도 있다는 말에

미리 자신의 죽음을 차분히 준비해 두고

사랑하는 아내 소냐의 곁으로 간

오토의 장례식에 모인 이웃들은

다정한 오토를 기억하고

따사롭게 추모합니다


오베 씨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오토 씨에게 나 역시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베 씨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톰 행크스 배우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혼자 웃고 울다 웃으며

기분이 보송보송 좋아졌어요


그럼요 이런 게 인생이죠

영화의 잔잔한 감동 후에는

커피 한 잔이 당기는 법~


영화에 나오는 디저트

셈라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스웨덴에서 부활절을 앞두고

속죄와 단식을 하기 전에

즐기는 디저트랍니다


재의 수요일 바로 전날을

실컷 먹는 화요일이라 부르며

맘껏 음식을 즐기는데

바로 그날 는 디저트라는군요


고소한 빵에 부드러운

크림이 어우러진 디저트 셈라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어울리겠으나

이름도 생소한 셈라를 갑자기 어디서?


스웨덴도 아니고

실컷 먹는 화요일도 아니니

셈라는 패스하고 대신 달착지근한

꼰대라떼 한 잔 마시고 싶은

이런 게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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