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3 멀리 가는 향기
멀리 가는 향기
그녀는 우렁우렁
목소리가 우렁찹니다
목소리에도 성품이 묻어나겠죠?
목소리가 거침없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깊고
세상을 품는 마음도 크고 넉넉합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굵은 큰따옴표 두 개를 겹친 것 같은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그녀에게 처음 고백합니다만
이제 생각하니 참 많이 미안합니다
청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큰 소리에 내 귀는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커다란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 같아
티비를 볼 때도 작은 소리로 들으며 봅니다
아마도 오래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귀가 먹먹해진 후로
다시는 이어폰으로 듣지 않게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겁니다
햇살 가득한 앞마당 빨랫줄에
촤라락 이불 빨래를 펼쳐 널며
원행심 보살의 너그러운 미소로
화분들을 애정하고 있을 그녀에게
다음에 만날 땐 내 왼쪽 말고
오른쪽에 앉아달라고
정중히 부탁해야겠습니다
오른쪽 귀가 왼쪽 귀보다
그나마 덜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통화를 할 때도
오른쪽으로 하거든요
어쩌면 이미 그녀도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녀는
맑고 향기롭게 멀리 가는 마음
원행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