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33 볼 빨간 명랑 소녀의 분홍빛
메다 프리마베시의 초상화
클림트는 황금빛 화가인데요
영랑 소녀의 분홍빛으로 가득한
밝고 화사한 그림도 있어요
아홉 살 행복 소녀
메다 프리마베시의 초상화죠
클림트의 후원자이며 은행가이고
기업가인 오토 프리마베시와
유지니아 부부의 딸 메다의
아홉 살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탁받아 그린 초상화인데요
아홉 살 소녀의
사랑스러운 순간을 담기 위해
클림트는 여러 포즈와 배경과 의상으로
다양하게 연필 습작 후 빤히 앞을 바라보는
당차고 쾌활한 볼 빨간 명랑 소녀와
꽃과 새 등을 그렸답니다
치렁하게 늘어진 하얀 원피스에
행복의 허리띠처럼 수놓은
사랑스러운 꽃송이들과
우수수 꽃비 쏟아지듯
분홍과 연보라와 자줏빛 섞인 배경이
초록빛 바닥과 예쁘게 어울려
화사한 행복의 정지화면 같아요
보고 싶은데
아직 보지 못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당황이라는 캐릭터가
볼 빨간 분홍이라고 하죠
영화 소개를 잠깐 봤을 뿐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니
섣불리 무어라 말할 수는 없으나
분홍빛 당황이 캐릭터가
몹시 궁금합니다
분홍색은 우아하고
부드럽고 사탕처럼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섬세하고 연약하면서도
열정을 간직한 색이기도 합니다
애정이나 감정이 풍부해서
열렬하고 강력한 만큼
감정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여린 면이 있다고 해요
영화 속 당황이는
원래 다른 색이었는데
당황하면 부끄러우니 얼굴이 발그레
홍조 띤 분홍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리고 섬세하고 예민한데
몸집이 큼지막한 분홍 당황이는
대화와 소통을 두려워하고
큰 덩치에 비해 완전 소심해서
후드티를 입고 있나 봐요
당장이라도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어색함과 쑥스러움을 모자 속에
싹 감추고 싶은 듯 보이지만
용기를 내서 기적을 만들어 내는
멋진 캐릭터라니 기대가 됩니다
분홍 소녀 닮은 핑크뮬리가
사랑스럽게 나풀대는
올 가을에는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순간들과 마주하고 싶어요
머리에 보랏빛 꽃송이를 매단
그림 속 아홉 살 소녀는 아니지만
다가오는 모든 순간과 당당하고
도도하게 마주하고 싶습니다
영화 속 분홍 당황이 또한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얼굴 붉히며 당황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작은 기적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