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34 내 이름 아시나요
나의 위로나무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갑자기 웬 묵찌빠?!
어릴 적 친구들이랑 놀이할 때
니 편 내 편 편을 가르기 위해 외치던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를
뜬금없이 중얼거립니다
친구들이랑 빙 둘러앉아
까르르 목소리 높이며
끄트머리에 붙이던 묵찌빠는
지방마다 다르다고 해요
서울은 묵찌빠~
인천은 먹고 먹고 쏭 ~하나 빼기
강릉은 꽃이 피어 워이 워이 워이
청주는 헤이맘보
광주는 싹싹싹~
세계 지도 속 우리나라는
조그만 순둥이 토끼 모양인데
지방마다 다르게 놀이말이 있다니
작고도 제법 큰 나라인가 봐요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놀던 생각을 하며
이제는 다 큰 내 친구에게 물었어요
너는 기억나니 끝에 뭐라 했는지?
친구의 답은 감자감자뽕~이랍니다
어릴 적 친구와 나는 사는 곳이 달랐으니
놀이노래도 다른 게 당연합니다
같은 서울 아래 살고 있는 지금도
우리 동네 후드득 비 오는데
친구네 동네는 말짱해서
서울이 제법 크고 넓구나 생각하니까요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감자감자뽕~ 중얼거리며
초록 이파리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감자 이파리는 아닙니다
커다란 화분에서 더부살이를 하다가
분홍 화분으로 독립을 하고
드디어 마침내 나 혼자 살게 된
초록 이파리들이 묻습니다
내 이름 아시나요?
부지런한 식집사도 아닌 내가
어찌 선뜻 대답을 하겠어요
머뭇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감자감자뽕~ 중얼거립니다
그러다 알았어요
우리 집 화분에서 소리도 없이 자라
새하얀 꽃 피고 붉은 열매 맺고
그중 몇 알 그대로 화분에 떨어져
싹이 나고 초록 잎으로 자란
애기 커피나무인 것을요
묵묵히 자리를 잡고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바라보고 또 바라봅니다
그래 잘 자라주어 고맙다
키 큰 어른 나무가 될 때까지
늘 곁에서 바라보며 지켜줄게
햇살과 바람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양지바른 창가에 놓아두고
키가 자라는 순간마다
어김없이 겪게 될 아픔도
손 내밀어 쓰담쓰담 어루만져 줄게
꽃을 피워도 좋고 아님 말고
빨강 열매를 맺어도 좋고
그 또한 아님 말고
넌 그냥 그대로
나의 위로나무야
커피는 나의 힘
커피나무는
나의 위로 한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