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늘 가던 카페 앞을 그냥 지나쳤어요
우르르 사람들이 모여 들어가는 걸 보니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추위를 무릅쓰고
조금 더 걷기로 합니다
찬란함과는 거리가 먼 푸스스한 나
그러나 금싸라기 햇살 찬란하듯
한겨울 찬바람도 나름 찬란하고
슬픔도 그 나름 눈부시고
흩날리는 논꽃송이도
아름답게 찬란하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더 멀리 있는 카페를 향해 가다가
반짝 빛나는 오늘의 선물을 만납니다
유난히 잔잔한 꽃 빛깔이 고와서
한걸음 다가서서 들여다보니
염색 카네이션이라 적혀 있어요
아하 꽃들도 염색을 하는군요
꽃의 염색처럼 꿈도 염색할 수 있을까
중얼거리며 커피 한 잔 사들고 돌아와
보통 사람들의 찬란함에 관한
한 편의 영화를 봅니다
영화 제목이라기보다는
독특한 질문입니다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찬란함이라는 말에 끌리고
멀티버스 코미디라기에
시작 부분을 놓친 채로 보기 시작한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한 사람이 저마다 하나의 우주이므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
바로 다중우주이고
멀티버스라는데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한 우주
무수히 빛나는 수많은 별무리 속에서
꿈과 의미를 찾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찬란함에 대한 이야기라니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1부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여고생의 기묘한 자율학습'입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알게 된
귀여운 소녀는 학교를 땡땡이치고
스스로 삶이 의미를 찾아 나섭니다
너나 나나~로 시작되는
굴러온 돌멩이와의 대화가
뜬금 엉뚱 발랄합니다
너나 나나 그 누구도
물리학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주의 먼지에 지나지 않으나
그 나름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건데요
돌멩이를 던졌는데
하필 성당 창문이 깨지고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며
소녀가 묻습니다
자신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소녀의 질문에 신부님은
우연에 의한 발생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법칙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되묻고는
우월함이나 가치는 주관적 관점이니
인간의 가치에 우월함이나 열등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만약 신이 없으면 어떡하냐고
소녀가 다시 묻자 신부님은
그 또한 신의 뜻이겠지요~
우문현답입니다
어쨌거나 땡땡이소녀가 깨달은 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땡땡이를 치고 나니
숙제할 시간이 부족해서
밤을 새워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2부 두 번째 에피소드는
'거지의 왕'인데요
삶의 의미를 깨달은 듯 보이는
젊은 거지는 평범하고 진실한
일상의 행복에 대해 말합니다
노숙하는 삶이라
광합성이 일상이니
비타민D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젊은 거지 철학자의 어릴 적 꿈은
미래의 왕 대통령이었답니다
그러나 번번이
반장선거에서 떨어지고
학교짱들에게 당하고 말아요
그를 응원하던 여자친구도 떠나고
쫄딱 망해 거리로 나앉은 아버지는
언제까지 대통령타령이냐
이제 정신 좀 차리라며
넌 평범하다는 대못을 땅땅~
마침내 집안 망하고 절친까지 떠나자
비로소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지만
취업 인터뷰에서 광탈
굶주린 현실과 마주합니다
특별한 꿈을 쫓아가지 말고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꿈을 꾸라며
그래도 여전히 그의 꿈은 미래의 왕
거지의 왕이라니 웃을 수밖에요
3부 세 번째 에피소드는
'진실을 아는 자'입니다
우주에서 보면 인간의 한평생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진실남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아요
진실만을 말하는 건 괴롭다고 중얼거리며
그래도 나는 진실을 알린다~고 깝죽대다가 여기저기서 쥐어 박히는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쥐어 박히고
젊은 거지를 만나 하소연합니다
진실의 길은 왜 이리 힘든가 묻자
진실에 얽매이지 말라는 거라고
젊은 거지가 답합니다
하늘을 보라고
수많은 별들은 찬란히 빛난다고
의미와 상관없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고
우리도 의미 따위 상관없이
제각기 빛난다고~
그러다 피식 웃으며 던지는
의미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제멋대로 산다~는 말에
공감하며 웃습니다
그럼요 저마다 제멋대로 살며
제 맘대로 제각기 빛나는 나 너
그리고 우리인 거죠
멀티버스가 있다면
그 세계에서 나와 너
또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잠시 상상해 보는 즐거움에
또 웃습니다
작고 볼품없을지라도
어디서든 제멋대로 빛나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서로 다른 찬란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