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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28 하루 한 송이

동백꽃처럼

by eunring

사진들이 모여 있는 갤러리에서

지난해 이맘때 사진들이

일 년 전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만들어져

음악과 함께 맘대로 뾰로롱~

톡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갑툭튀 추억 한 송이인 셈이죠


오늘도 영상 하나가

빼꼼 얼굴을 내밀며

나 좀 봐주세요~ 하기에

재생 버튼을 눌러보니

한 송이 붉은 동백꽃이

곱게도 피어나 활짝 웃다가

투명 유리잔에 담긴 녹차 한 잔으로

짤막한 추억을 마무리합니다


그랬군요

겨울이 저무는 작년 이맘때

붉디붉은 동백꽃을 바라보며

혼자 고즈넉하게

녹차를 마셨나 봅니다


그 동백 화분을 창가 구석자리에

놓아둔 생각이 나서 찾아봤어요

알뜰하게 지켜보지도 않고

살뜰히 살펴주지도 않고

습관처럼 물만 주고는

무심히 지나쳤는데요


어머나~

저 혼자 말없이 창가자리를 지키며

따사로운 햇볕도 맘껏 받아들이고

스며드는 바람도 품에 안으며

고운 꽃망울 맺어가면서

꼬물꼬물 피어나고 있으니

기특하고 대견하고

그만큼 미안하고 거듭 미안해서

눈으로 쓰다듬으며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한 송이 동백이

이렇게 말하는 듯~


나만 꽃이 아니라

너의 하루하루가

한 송이 꽃이야


매일의 꽃을 곱게 피우듯이

가진 옷 중에 가장 고운 옷을 입고

가장 환하고 밝은 미소 머금으며

오늘 하루를 살아


하루 한 송이 동백꽃인 듯

맑은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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