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를 하듯이
친구가 꼭 함께
밥을 먹자고 합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지나가는 인사가 아니라
껌딱지 동생에게
밥 잘 사주는 언니가 되고 싶다면서
겨울 마무리로 밥을 먹자고
나더러는 덤으로 따라오랍니다
친구의 마음은 너무나 투명해서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껌딱지 동생을 핑계 삼아
부실한 친구에게 밥을 산다는 거죠
그래 좋아 먹자~
함께 먹는다는 것
그 정다움과 따스함이 좋아서
사양도 거절도 하지 않고
선뜻 따라나섭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나니
먼저 앙증맞은 그릇에
몽그르한 달걀찜이 나옵니다
나무쟁반이랑 조그만 그릇들이
소꿉놀이 그릇 같아서 사랑스럽고
보들보들 달걀찜 위에
발그레 볼연지처럼 올려진
가마보코 어묵이 귀엽고 예뻐서
잠시 들여다보며 웃습니다
어릴 때 유난히도
가마보코 어묵을 좋아했어요
부드럽고 새하얀 어묵 끄트머리에
분홍빛 테두리가 꽃이파리처럼
예쁘고 귀여워서 좋았어요
가마보코는
흰살생선을 곱게 다져 만든
일본 어묵의 이름인데요
부들꽃의 이삭이라는 뜻이래요
우동이나 국수에
고명으로 얹어 먹으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는 어묵이죠
어쩌다 먹는 컵라면 가루수프에도
새끼손톱만큼 작고 귀여운
뽀시래기가 들어있어서
푸훗 웃음이 납니다
호로록~
부드러운 달걀찜을 먹으며
철부지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흰색과 빨강이 어우러진
꽃 같은 어묵을 아끼듯
천천히 먹습니다
소꿉장난 같은 인생은 분명 아니지만
가끔은 어릴 적 소꿉놀이 하듯이
좋은 친구들이랑 하하 호호
웃으며 먹는 밥 한 끼가
참 괜찮은 위로가 되고
행운의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알고 있나요?
가마보코 어묵의
부드러운 하양과 선명한 빨강이
꽃 같은 행운이리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