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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29 마음은 서로 달라서

대상과 상대의 차이

by eunring

아직 봄은 저만치서 꾸물대는데

봄바람도 아니면서 살랑살랑

기분 좋은 모닝커피로 시작하는

신선한 아침 풍경 하나~


따뜻한 카페라떼를 사러 가서

기다리는 동안 스며드는 커피 향과

매장 안에 가득한 음악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우유 거품 내는 소리

경쾌하게 뽀그르르

덩달아 마음도 몽그르르~


창문가에 나란히 앉아

소곤대다가 마주 보며 웃는

어린 연인들의 웃음소리도 사랑스럽고

픽업대 앞에서 바쁜 듯 서성이며

커피를 기다리는 모습도

설렘과 활기로 가득해서

참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어리디어린 청년경찰님도

커피 캐리어를 들고 급히 나가는

뒷모습이 든든하고 듬직합니다

경찰 조카 워니 생각도 나고

반짝반짝 윤슬엄마가 된 안젤라

예쁜 경찰언니 생각도 나서

바삐 나가는 청년경찰님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몇 걸음 뒤에서

살며시 걸음을 늦추는데요


방해하지 않으려고

머뭇거린 마음과 꾸물댄 걸음이

오히려 방해가 되고 말았으니

이를 어쩔~


친절하신 청년경찰님이

바쁜 걸음 잠시 멈추고 문을 잡은 채

뒤처진 나를 기다려주었으니

방해하지 않으려고 머뭇대다가

도리어 방해가 된 것 같아서

서둘러 뒤따라 나오느라 깜박

고맙다는 말을 놓치고 말았으니

이를 또 어쩔~


대상과 상대의 하이가

문득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대상은 나를 중심으로

상대는 너를 중심으로 하는

같은 듯 같지 않은 말이래요


마음과 마음은 서로 달라서

아무리 선하고 좋은 마음이라도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너와 나 입장 바꿔 생각히기

그 또한 쉽지 않죠


그래도 사람살이

이리저리 부대끼고 어울리며

함께 해야 제맛이죠

파란 하늘을 떠도는 하얀 구름도

함께 해야 더 풍요롭듯이

송이송이 꽃송이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고

겨울나무 그림자도

혼자 서 있는 것보다는

함께일 때 덜 외로워 보입니다


사이좋게 함께 걸으면

더 멀리 갈 수 있는 것처럼

선하고 좋은 마음도

한 걸음 물러서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바짝 다가설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향기로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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