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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35 수줍은 봄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by eunring

보드라운 봄볕 안고

보송보송 봄길 밟아

커피 한 잔 사러 나선 길

작은 새들도 휘파람이라도 불듯이

휘리릭 봄하늘을 날아오릅니다


다른 길을 돌아다니며

다른 카페 커피맛과 친해지느라

며칠 만에 문을 밀고 들어선

그 카페의 낯익은 바리스타 대신

앳된 소녀가 커피를 내려줍니다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

다소곳이 우유 거품을 내는

무척이나 진지한 모습이

서툰 만큼 사랑스러워요


집에 돌아와 커피컵 뚜껑을 열자

아하~ 미소가 흘러나옵니다

예쁜 하트를 그려주고 싶은

소녀의 마음과 다르게

어색하게 맺히다 만 하트가

서툴지만 서툰 만큼 정겹고

어설프지만 귀해 보입니다


수줍은 봄

그리고 더 수줍은 하트~

그럼요 손도 마음을 따르지 않고

발길도 마음과는 다르게 이어지며

내 손발이 내 마음과는 다르게 가는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수줍게 피어난 봄날이

꽃생바람 견디며 고운 꽃 피워내듯

앳된 소녀의 수줍은 라떼아트가

하루하루 시간이 모이고 쌓여

어느 순간 진심 하트로 피어날 테죠


봄날과 함께

소녀의 하트도 영글어가기를

고운 봄날과 함께

그대와 나의 시간들도

수줍은 봄날처럼 익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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