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49 비밀의 숲

그리고 커피 한 잔

by eunring

며칠 전 친구와 함께

맛난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 산책을 하다 만난

비밀의 숲입니다


꿈인 듯 붉은 꽃들이

점점이 떠오른 풍경을 보며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는 꽃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저만치 꽃들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나무 그늘에 앉아 쉬며

눈앞에 펼쳐진 눈부신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 딱 좋을 타이밍

그러나 친구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카페 대신 산책을 나선 건데요


한참만에 돌아온 친구가

웃으며 던지는 말이

옛다 커피 한 잔~

그리고는 커피 쿠폰 하나를

톡문자로 건넵니다


지금 딱 커피 생각이 날 텐데

나중에 마시라~며 웃습니다

친구는 커피를 마시지 않을뿐더러

닫힌 공간을 좋아하지 않으니

친구를 만날 때는

커피 대신 산책을 함께 하거든요


누군가에게 뭔가를 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고

자신에게는 그림의 커피지만

누군가에게는 작고 소중한 커피

그 누군가가 친구라서 참 좋다고~요


친구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잠시 혼자 웃다가

얼마 전 산길에서 만난

친구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그 친구도 커피를 좋아하는지

꽃생바람 부는 봄날

만나기로 한 산길 입구에서

아이스커피를 들고 기다리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려고

손 시리게 찬 커피를 들고 있는

그 친구의 마음 또한 예쁘고 고마워서

차마 사양하지 못하고 마셨노라

그리고 그날 밤 하얗게 지새웠노라~


좋아하는 것을 주려는

그 마음도 예쁘고

속 쓰림과 불면에도 불구하고

덥석 찬 커피를 받아 마신

친구의 마음도 고마워서

나도 따라 웃었습니다


그렇군요

세상 모든 예쁜 마음들도

때로는 아름다운 풍경처럼

비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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