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 '스타바트 마테르'
초록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 방울들이 떼구루루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투명한 슬픔 같아서
한참 들여다봅니다
초록이 참 곱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지팡이에 의지한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보폭에 맞추어
느리게 걸어가던 키 훌쩍 큰
아들이 연거푸 중얼거립니다
울 엄마가 좋아하는 초록이
참 싱그럽다 그지 엄마~
허리가 굽어
아들 키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엄마를
다정히 모시고 가는
미덥고 듬직한 아들
애틋하면서도 따사로운
모자의 뒷모습을 가만 지켜봅니다
한참 오래전에는
꼬맹이 아들의 손을 잡고
젊고 고운 엄마가
아들의 아장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었을 텐데요
무심한 세월이 흐르고 흘러
모자의 뒷모습까지도
전혀 다르게 바꾸어 놓았으나
두 사람의 등 뒤에
반짝이며 쏟아지는 햇살은
변함없이 여전합니다
축복인 듯 반짝이는 햇살을
눈부시게 바라보고 있으니
성모님의 슬픔을 노래한
음악이 문득 떠올라요
인생이 평탄하고
순조롭게 흘러가던 중에
맏딸 오셰파를 갑자기 잃고
2년 후 가을 또다시
둘째 딸 루제나와 맏아들 오타가를
연거푸 병으로 잃게 되었다는
드보르자크
잇따라 세 아이를 잃게 된 그가
슬픔에 겨운 비통한 마음을
달래고 다독이며 작곡한
성악곡 '스타바트 마테르'는
자식을 잃은 그의 애절한 슬픔에
아름다운 음악의 날개를 달아준 거죠
'스타바트 마테르'는
13세기 로마 가톨릭의 종교시로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를 우러르는
성모님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라서
드보르자크의 마음에도
다정한 위안이 되었을 거예요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기쁨의 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슬픔으로 눈부신 날일 텐데요
기쁨은 넉넉하게 두 배가 되고
슬픔은 잔잔히 잦아들기를~
초록 잎새 끝에 머무르는
또랑한 이슬방울처럼
삶은 한순간이고
기쁨이나 슬픔도 순간의 반짝임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또 사라진다는 것을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도
바람인 듯 스쳐 지나가는 것임을
함께 기억하기로 해요
기쁨도 슬픔도
애써 붙잡으려 하지 말고
풀잎 끝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살며시 놓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