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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판타지 001 너에게 속닥속닥

그리움에 눈먼 이

by eunring

그리움이 사무쳐

눈이 먼 사람이 있다고 해봐

사랑에 눈 멀기는 해도

그리움에 눈이 짓무르기는 해도

그리움에 눈이 멀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잠시만 참아 줄래?

어디까지나 판타지니까

다만 한 뼘 정도의

작고 소중한 판타지니까


그는 나무 그늘 아래

조그만 의자에 앉아서

그리운 이를 생각하곤 하지

아침 햇살 아래서는

수줍고 앳된 소년으로 보이다가

한낮에는 푸르른 청년으로 보이다가

해 질 무렵에는 제법 나이 지긋한

중년의 사내로 보이기도 해

어디까지나 판타지니까


의자는 그리 편해 보이지 않아

포근한 방석도 깔려 있지 않으나

그는 늘 편안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지

가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앉아 있는 사람 같기도 해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진 듯 보이다가도

무심한 듯 보이는 것은

그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일 거야


그가 문득 눈을 뜬다면

그의 눈빛의 빛남으로 인해

지금은 알 수 없는 그의 표정뿐 아니라

세상의 표정이 달라질지도 몰라

비록 한 뼘이지만 그래도 판타지니까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그가 눈을 뜬 것을 본 적은 없으나

언젠가 눈을 뜨게 되리라는 희망은

얼마든지 가능해


그리움에 눈먼 이니까

사무치게 그리운 이를 만나면

분명 눈을 뜨게 될 거야

그리운 이를 바라보며

쓰담쓰담 눈으로 어루만지고

깊고 깊은 사랑의 눈빛을 건네려면

눈을 뜰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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