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53 온달과 반달

마카다미아의 시간

by eunring

아빠~아빠~

영영이가 종알거립니다

마카다미아 한 봉지 까서

동글동글 온달안 골라

영롱 할머니께 드리고 싶어요

내일 만나기로 했거든요


원래는 봉지째 가져가서

마주 앉아 알콩달콩

재미나게 까먹으려고 했는데

영롱 할머니가 손이 떨린다 하시니

미리 까서 가져갈래요


갑자기 웬 온달? 이냐고

눈먼이가 묻습니다

아이 참 아빠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이 아니구요

마카다미아 온달이예요


언젠가 키다리 카페에 갔을 때

연분홍 아줌마랑 석이 오빠가

껍질째 구운 통마카다미아를

조그만 귀요미 오프너로 까먹으며

알맹이가 둥글게 빠져나오면 온달

반으로 쪼개지면 반달

더 부서지면 조각달~


연분홍 아줌마가 개구쟁이처럼

온달은 보름달 둥근달 닮은

우리 아들 석이 주고

반으로 나누어진 반달은

팥쥐엄니 드리고

부스러진 조각달은

내 입으로 쏘옥~


그 모습이 부러워서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물론 동글동글 온달이 나오면

영영이 먼저 그다음

석이 오빠를 주셨지만

그냥 부러웠어요


석이 오빠가 그랬거든요

어릴 적에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달강달강 밤 한 톨 노래가 생각난다구요

석이 오빠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연분홍 아줌마의

팥쥐엄니가 구성진 목소리로

불러주신 노래였대요


맞아 울 팥쥐 엄니가

보채는 너를 어르고 달래시며

불러주신 노래지


달강달강 세상 달강 서울길을 가다가

엽전 한 잎 주워서 밤 한 되를 사다

살강 밑에 묻었더니 머리 감은 새앙쥐가

들랑날랑 다 까 먹고 밤 한 톨이 남았으니

큰솥에 삶으랴 옹솥에다 삶으랴

껍데기는 아부지 엄마 드리고

알맹이는 너랑 나랑 먹자~


근데 외할머니가 왜 팥쥐엄니냐고

새삼스럽게 석이 오빠가 물었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팥쥐?

그랬더니 연분홍 아줌마가

콩쥐면 어떻고 팥쥐면 어때

콩도 팥도 다 맛있는 건데~ 하며

푸하하 웃으셨거든요


그래서 우리 영영이~

눈먼이가 웃으며 영영이를 안아줍니다

달강달강 노래가 부러웠구나

아빠가 불러줄까?


괜찮아요 아빠~

영영이가 고개를 내저으며

사랑스럽게 호호 웃습니다


영영이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 소녀거든요

그리고 달강달강 노래는

할머니가 불러주시는 노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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