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실화백
아빠 아빠~
핑크리본 원피스를 찰랑대며
영영이가 뛰어들어옵니다
우리 정원에 화백님이 계세요?
화가님을 존경의 뜻으로
화백님이라 부르는 거 맞죠?
성은 황이요 이름은 금실~
뛰어오면서 이름을 까먹지 않으려고
외우고 또 외우며 왔어요
황금실 화백님이 계시는 거
맞아요 아빠?
하하하~
눈먼이가 큰 소리로 하하 웃다가
영영이에게 묻습니다
어디 다녀오니?
황금실화백은 갑자기 왜?
아직 엄마가 오지도 않았는데
영롱 할머니를 기다리는 사이
그새 또 치마 길이가 짧아져서
마음이 울적했거든요
그런데요 상냥한
금사빠 바람이 그랬어요
옷이 줄어든 게 아니라
제가 또 자란 거래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마음도 함께 쑥 자린 거래요
그랬구나~
눈먼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새 우리 영영이가 자랐구나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구나
기특하고 고마운 일이지~
상냥한 바람이
기쁜 소식도 알려 주었어요
강가햇살 공원으로 가보라고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래서 바람의 옷소매 잡고 달려갔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영롱 할머니를 만났는데요
그런데요 아빠
그새 영롱 할머니의 머리가
온통 하얗게 변해서
은발 할머니가 되셨어요
고개 갸웃거리는 나를 보고
영영 할머니가 호호 웃으며
영영이네 집 정원 황금실화백은
잘 있냐고 안부를 물으셨어요
황금실화백의 금빛이 부러워
머리색을 바꿔 봤는데
아뿔싸 금빛이 아닌
은빛이 되어 버렸다고요
은발의 영롱 할머니가
오늘은 책 일어주러 오신 거라서
얼른 다시 가봐야 해요
재미난 동화책이랑
돋보기도 챙겨 오셨거든요
책을 읽어주시면 목이 마르실 테니
시원한 물을 가져가려고요
그래 다녀오렴
가다가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황금실화백 나무에게
은발의 영롱 할머니 소식도
반갑게 전해드려
황금실 할머니가 되시려다가
그만 은발의 할머니가 되셨다고~
아하 사람이 아니라
나무 이름이 황금실화백이구나~
영영이가 고개 끄덕이며
활짝 웃습니다
나무랍니다
황금실화백은 나무랍니다~
노래하듯이 종알거리며
생수 한 병 챙겨 들고 조르르
달려 나가는 영영이의 뒷모습을
눈먼이가 이윽히 바라봅니다
그런데요 아빠~
영영이가 돌아보며 덧붙입니다
피아노 소리는 기대하지 마세요
파르르 손가락이 떨려
건반을 두드리실 수가 없대요
은발의 영롱 할머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