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45 소풍 가요 우리

서로를 응원해요

by eunring

소풍 가요 우리~

은발의 영롱 할머니와

사랑스러운 영영이 핑디

오늘 소풍을 가기로 했어요


영영이의 소원 중 하나가

엄마랑 맛있는 김밥 싸 들고

소풍 가는 것이었는데

영롱 할머니가 엄마 대신

함께 소풍을 가 주신대요


그런데요

멀리 가지는 못하고

늘 가던 강가햇살 공원에서

즐거운 소풍놀이를 하기로 했어요

비가 올지도 모르는데

영롱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지해야 해서

멀리는 힘들다고 하셨거든요


영영이 핑디~

수수께끼 하나 풀어볼래?

영롱 할머니가 물으셨어요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로 걷다가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게 뭘까?


물끄러미 영롱 할머니의

낯선 지팡이를 바라보자

영롱 할머니가 빙긋 웃으셨어요


우리 영영이 핑디

영리한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벌써 눈치챘구나

수수께끼의 답은 사람이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야


영영이가 아기일 땐 네 발로

이만큼 자라서는 두 발로

이 할미처럼 나이가 들면

지팡이에 의지해

세 발로 걸어야 하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는 얼굴은 여자인데

몸은 날개 돋친 사자의 모습이거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워

수수께끼를 내고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우앙~ 하고 잡아먹었는데

오이디푸스가 답을 맞혔다고 해

스핑크스는 부끄러워

물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대


영영이 핑디~

두 발로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때

깊이 생각하고 많이 움직이면서

몸과 마음의 저항력을 키워야 해


맞아요~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석이 오빠네 팥쥐 할머니가

늘 그렇게 말씀하신대요

다리 힘 짱짱하고

두 팔 제 맘대로 펄럭일 수 있을 때

맘껏 실컷 쏘댕기라고요


그래 옳으신 말씀이야

근데 왜 팥쥐 할머니실까?

영롱 할머니의 물음에

영영이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글쎄요 연분홍 아줌마가

혹시 팥쥐일까요?

나중에 석이 오빠에게 물어보고

살짜기 알려드릴게요


콩쥐 팥쥐 이야기는

우리 영영이 핑디도 알고 있지?

팥쥐는 탱자탱자 놀고먹지만

콩쥐는 고난이 닥칠 때마다

부지런히 지혜롭게 헤쳐나가지


그럼요 울 연분홍 아줌마도

콩쥐처럼 지혜롭고 부지런하세요

알록달록 소풍 김밥이랑 시원 수박도

연분홍 아줌마 솜씨거든요

팥쥐 할머니의 딸이지만

팥쥐가 아닌 것이 분명해요


착하고 예쁜 콩쥐처럼

거센 바람과 맞서고

낯선 시간을 거슬러 오르려면

그 버거움과 벅참을 견딜 수 있는

굳건한 힘이 필요하단다


누구나 편하고 평온하기를 바라지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나 그 고난을 견디고 나면

비로소 내면의 힘이 되는 거야


영영이 핑디를 응원할게

몸과 마음과 생각과 발걸음이

단단하고 튼튼해져야 해

그래야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기다리기 위해서도

힘이 필요하거든


저도 영롱 할머니를

힘껏 응원할게요~

고개 끄덕이는 영영이 곁을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며

속삭입니다


상냥한 바람 냥바도

사랑스러운 영영이를

항상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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