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 바람의 혼잣말
촘촘한 나무들 사이에도
한 줄기 길이 생긴다
누군가 발자국을 내기 시작하면
또 다른 발자국이 겹치고 얹혀
마침내 길이 만들어진다
한 사람 두 사람
또 한 사람 다시 두 사람
걷고 또 걸으면 길이 된다
삐뚤빼뚤 울퉁불퉁거리다가
어느 날 문득 평평하고 단단하고
반반하고 반듯한 길이 되는 거지
바람의 길도 마찬가지야
금사빠에 오지랖쟁이
극세사 겁쟁이답게 완전 소심쟁이인 나
오직 영영이만의 상냥 바람
냥바인 나의 길도 매한가지야
오래전 집 떠나 개고생 하며
어느 누구의 길도 아닌
오직 나만의 낯선 길에서
우연히 푸른별꽃아기님을 만나
낯설고 먼 길을 돌고 휘돌아
이제는 영영이를 지키는 바람이 된
나의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앞으로의 일을 나는 모른다
아직은 알 수 없어
그러나 나는 알아
그 길이 보드라운 비단길이 아님을
그 길이 결코 곱고 향기로운
꽃길도 아님을 알고 있어
어떤 길이든
설렘과 두려움으로 다가서는
그 길이 나를 두 팔 벌려 반기게 될지
까칠하고 매정한 눈빛으로
고개 돌리며 외면하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설렘만큼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한없이 두려운
그 길을 앞두고
나 지금 떨고 있니?
은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으나
그래도 나는 그 길을
분명 가게 될 거야
영영이만의 상냥 바람
냥바가 되면서
이미 한 걸음 내디딘 거니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영영이의 길도
그렇게 만들어질 거야
영영이의 또박 걸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솔바람 부는 오솔길을 만들고
작고 여리고 서툰 걸음이지만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또박또박 어린 발자국마다
순간의 흔적들이 남게 될 거야
영영아~
막막하고 두렵지만
우리 겁내지 말자
미리 겁먹지 말자
투덜이 바람이 안고 온
영롱 할머니가 이미
그 문을 열어 주신 거니까
영영이 핑디의 길을 위해
낯선 시간의 떨림과 비틀림과
뒤틀림과 엉킴 속을 달려
온갖 위험과 부작용과
후유증을 무릅쓰고
무조건 달려와 영영이를 만났으니
문을 열면 이제 너만의 길
영영이의 길이
새롭게 시작될 거야
의리대장 순이 바람
그녀가 여행 주머니에 넣어 온
뽀시래기 소식에 의하면
영영이와 엄마를 이어주는
바람의 길이 이미 만들어졌고
그 길의 첫 손님이
바로 영롱 할머니라고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