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부러워
친구 지안이네 집에 놀러 간
영영이에게 지안 할머니가
옥수수를 삶아 주십니다
먼 데서 오신 손님
영영이네 영롱 할머니가
옥수수를 좋아하실지 모르겠구나~
고개 갸웃거리며 지안이 할머니가
삶은 옥수수 몇 개를 주시며 덧붙이십니다
할미들 취향은 거기서 거기
아마도 옥수수를 좋아하실 거야~
그리고는 곱게 웃으십니다
두 개는 영영이랑 아빠 몫이고
두 개는 영롱 할머니 갖다 드리렴~
고맙습니다~
배꼽 인사와 함께
영영이가 환한 미소를 건넵니다
맛있는 옥수수 아빠랑 잘 먹고
영롱 할머니께도 가져다 드릴게요
소풍 다녀와 고단하셨는지
기운 없어 보이셨는데
달큼하고 고소한 옥수수 드시고
기운 내실 것 같아요
옥수수를 챙겨 들며
영영이가 야무지게 말합니다
아빠랑 알콩달콩 맛있게 먹고
옥수수 하모니카도
신나게 함께 불어볼게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가지고
도레미파솔라시도~
그런데 소리는 안 날 거예요
울 아빠는요
하모니카 연주를 잘하세요
영영이만큼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거래요
그런데 영영이는 아빠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배우고 싶지 않아요
왜냐구요? 이건 영영이의
아주 사소한 비밀 중 하나인데요
아빠가 하모니카를 부실 때
옆에 앉아 듣고 있으면 갑자기
마음이 파래지거든요
파란 하늘은 더 파래지고
보송 하얀 구름은 더 하얘지고
솔바람은 더 상냥해지고
마음에서 파란색이
파도처럼 일렁이거든요
구슬프다는 말 있잖아요
알알이 반짝이는 구슬들은 예쁜데
구슬프다는 말은 왜 슬플까요?
알알이 반짝이는 슬픔의 알갱이들이
마음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는 것 같아요
하모니카 소리는 구슬프지만
알알이 쫀득쫀득 맛있는
옥수수 하모니카는
소리가 나지 않아도
슬프지 않아서 참 좋아요
그런데요
언젠가 옥수수밭을 지날 때
대궁에 매달린 옥수수 송이들이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아가들 같아서
몹시 부러웠어요
옥수수처럼 엄마 등에 업히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한참 바라보았어요
저는 엄마 등에 업힌 기억이
1도 없거든요
영롱 할머니가 엄마처럼
영영이를 업어주고 싶다 하셨는데
제가 사양했어요
안 그래도 힘이 없으신데
제가 등에 업히면 안 되잖아요
나중에 제가 영롱 할머니를
편안히 업어드려야죠
영영이의 말에
지안 할머니가 곱게 웃으십니다
씩씩하구나 우리 영영이~
지안이도 나중에 커서
이 할미를 업어주겠다고
큰소리 땅땅 치거든~
재미나겠어요
영영이가 사랑스럽게
호호 웃습니다
지안이는 지안이 할머니를 업고
영영이는 영롱 할머니를 업고
사이좋게 나란히 소풍 가면
참 재미나겠어요
그죠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