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43 시들어가는 시간

바람의 중얼거림

by eunring

전혀 뜻밖이야

상황이 이토록 급박하게 달라질 줄은

자타공인 센스쟁이 금사빠 바람

잔머리대마왕인 나마저도

미처 몰랐어


영롱 할머니와 투덜이 바람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기 위해

궁금한 마음 꾹 눌러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텅 비어버린

피아노 의자를 볼 때마다

시무룩해지는 영영이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으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기다릴 줄 알아야

얻을 수도 있으니

의리대장 순이바람에게

투덜이 바람 소식 좀 쏘아달라고

일단 간절 부탁을 해 놓고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드디어 마침내

연락이 왔어

지금쯤 강가햇살공원에

영롱 할머니가 등장할 거라는

반가운 소식이었지


신발 신을 겨를도 없이

눈썹 휘날리며 날아올랐어

순이바람의 말이 정말이었어

영롱 할머니가 정말 눈앞에 짠~

그런데 지팡이를 짚고

힘 없이 서 있는 것이었으니

이 또한 무슨 일인 거야


나뭇가지에 의지하고 서 있는

고목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영롱 할머니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하고 적막해 보여서

차마 숨을 쉴 수조차 없었어


나무나 사람이나

나이가 들면 기댈 곳이 필요해

비틀거리는 다리를 부축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지~


지팡이에 의지한

나뭇가지에 의지하고 있는

고목을 바라보며

영롱 할머니의 혼잣말이

고즈넉하게 이어졌어


미안하구나 영명이 핑디~

이 할미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급물살처럼 흘러간다

너에게 하고픈 말이 많은데

너와 함께 하고픈 일도 많은데

시간이 기다려줄지 모르겠구나


그런 거였어

우주의 먼지 알갱이처럼 떠도는

뽀시래기 소식들을 줍줍

얼기설기 모아 전해준

순이바람에 의하면~


시간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영롱 할머니는 대모험을 감행한 거였어

급물살과도 같은 시간을 거스르는

그 순간의 버거움을 견디기 위해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결심을 한 거였어


급백발에 급노화라는

부작용을 겪게 걸 알면서

엄청난 그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저 멀고도 낯선 어느 별나라에서

그래도 영영이를 보러 날아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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