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향기
친구 정원이는요~ 어릴 적에
엄마가 회사 출근하고 나면
엄마옷에 얼굴을 묻고
가만가만 엄마의 향기를 맡으며
눈을 감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대요
그럼 마음이 편안하고 아늑해졌대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의 향기가 남아 있는 엄마옷에
얼굴을 파묻고 엄마 냄새를 맡으며
그리움을 달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집안 어디에도
엄마옷이 남아 있지 않았거든요
그랬구나~
영영이의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며 영롱 할머니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랬구나~ 그랬구나~
나직이 되풀이합니다
정원이 동생 채원이는요
엄마가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엄마 엄마~ 하며
정원이 언니 뒤만 쫓아다닌대요
엄마 아니고 언니라고 해도
자꾸만 엄마 엄마~ 하며 따라다녀서
가끔은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달래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그래 내가 꼬맹이엄마다~
다독이며 쓰담쓰담
머리를 쓰다듬어 준대요
그랬구나 우리 영영이 핑디는
엄마옷에 남아 있는 향기도
제대로 맡아보지 못한 거구나
엄마라고 부르며 따라다닐
언니도 없고 안아주며 달래줄
귀여운 동생도 없어서
몹시 안타깝고 서운했구나
그래서 우리 영영이 핑디에게는
엄마와 다시 만나는
행복한 결말이 필요하구나
동화나 옛날이야기의 결말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이리저리 지어내고 바꿀 수 있지만
인생의 결말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 누구라도 마음대로 지어낼 수 없고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도 없지
한 걸음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우리 인생이거든
그래서일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결말이 이러쿵저러쿵 여럿이란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에 따라
행복한 결말이 될 수도 있고
슬픈 매듭으로 마무리되기도 하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도
결말이 여러 가지로 전해지는데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꿔야
영영이 핑디가 바라는 해피엔딩이 될까
영롱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세상에 엄마만큼 좋은 사람이 없는데
세상 어느 꽃향기도 엄마의 향기만큼
곱고 아늑하고 편안한 게 없는데
엄마옷에 얼굴을 묻어보지도 못한
우리 영영이의 마음에 꼭 드는
해피엔딩을 지어내자니
대략 난감~
나무꾼은 사슴의 말대로 연못가에서
몰래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어서
신랑 각시가 되었고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는
날개옷을 보여주지 말라고
사슴이 신신당부를 했는데
두 아이를 낳은 후 보여주었다가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는
양손에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날개옷 펄럭이며
훨훨 하늘로 올라간 건데~
영영 이별이 아닌
영원한 사랑이기를 바라는
그래서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우리 영영이 핑디의 마음을 담아
영영이 핑디의 마음에 꼭 들도록
어떻게 뒷이야기를 바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