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을 위하여
사실은요~
영영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사실은 엄마가 필요해요
책 읽어주는 할머니도 좋지만
책 읽어주는 엄마가 더 향기롭고
훨씬 더 많이 좋고 그립고
아쉽고 필요하거든요
그렇구나~
영롱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영영이 핑디의 소원 중 하나가
동화책 읽어주는 엄마였구나
차마 엄마라고 쓰지 못하고
할머니라고 썼던 거구나
아빠가 속상하실까 봐 그런 거구나
안타깝고 아쉽긴 하지만
그 소원의 절반의 절반쯤은
이미 이루어진 거야
이 영롱 할머니가 부족하지만
사랑스러운 영영이 핑디의
할머니기 되어줄 수 있거든
젊고 고운 엄마가 되어줄 수는 없으나
엄마 대신 채을 읽어 줄 수 있으니 말이야
지안이 할머니처럼 예쁘지는 않아도
책을 읽어줄 수는 있거든
그러니 이미 영영이 핑디의 소원이
절반은 이루어진 거야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잖니
그런데 어쩌나 동화책이 없구나
하필이면 돋보기도 안 챙겨 왔네
대신 이야기를 하나 해줄까
영영이 핑디의 도란도란
이야기 할머니가 되어줄게~
정말요?
영영이의 목소리가
기쁨으로 반짝입니다
지금부터 영영이 핑디의
이야기 할머니가 되어주실 거예요?
그럼 되어주고 말고~
피아노 할머니도 되어주고
이야기보따리 할머니도 되어줄게
영롱 할머니가 영영이를
다정히 안아주며 덧붙입니다
영영이 핑디와 영롱 할머니
우리 만남 오늘부터 1일이야~
어머나 ~
향기로운 할머니 냄새가 이런 거군요
정원이랑 채원이가 늘 자랑했거든요
우리 에스더 할머니 품에서는
기분 좋은 향기가 풍겨 나와
풋풋한 풀향기가 풍겨
영영이의 말에
영롱 할머니가 호호 웃으며
그럼 나도 풀꽃향기가 폴폴 나는
세숫비누를 써야겠구나
그럼 음~
영영이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해 주세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뒷이야기를 바꾸어해 주세요~
뒷이야기를? 어떻게?
영롱 할머니의 물음에
영영이가 반짝 눈을 빛내며
이렇게 답합니다
사슴을 구해준 나무꾼이
사슴이 일러준 대로
연못가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어
신랑 각시가 되어 함께 살다가
선녀가 날개옷을 찾아
하늘로 올라가 이별한다는
슬픈 얘기를 해피엔딩으로
바꿔 들려주세요~
그렇구나~
영롱 할머니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영영이를 바라보며 덧붙입니다
선녀의 날개옷이
우리 영영이 핑디에게는
엄마의 날개옷인 거구나
엄마가 선녀처럼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날아가 아빠와 이별했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