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21 바람의 언덕

영영이의 소원나무

by eunring

언덕길 오르막에서

숨이 가쁘거나

캐리어가 무겁지 않았느냐고

영롱 할머니가 묻자

영영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답합니다


가벼웠어요

새털 같았어요

누군가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아서

새처럼 가벼이 날아올랐어요

누군가 핑크 캐리어도

대신 끌어주는 것 같았어요

아마 바람이었을 거예요

바람의 언덕이거든요


상냥한 바람이 밀어주었어요

금사빠 바람 오지랖 바람 수다쟁이 바람

이름이 많은데 제게는 상냥하거든요

저만의 상냥 바람이에요

이제부터 냥바라고 불러야겠어요

애칭이 있다는 건

침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죠? 영롱 할머니~


상냥한 바람이 밀어준

캐리어 안에는 뭐가 들어 있냐고

영롱 할머니가 묻자

영영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머뭇머뭇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소원나무에 줄줄이 걸었던

영영이의 소원들이에요


아하~

영영이의 버킷리스트구나

영릉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영영이네 정겹고 예쁜 정원

영영이의 소원나무에

주렁주렁 걸려 있던

사랑스러운 영영이의 소원들이

핑크 케리어에 담겨 있구나~


네~

영영이의 눈빛이 깊어집니다

아빠가 소원나무를 심어 주셨어요

올망졸망 병들을 걸어 주시고

소원이 생기면 종이에 적어

거기에 넣으라고 하셨어요

소원나무가 영영이의 소원을

하나씩 이루어줄 거라고 하셨어요


다정다감하신 아빠라고

영롱 할머니가 미소를 짓고는

영영이의 소원들이 담겼으니

캐리어가 꽤 묵직하겠구나~

영영이의 소원이 궁금한데

하나 꺼내볼 수 있겠느냐고

영영이의 소중한 비밀인데

살짝 엿보아도 되겠느냐 묻자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요 영롱 할머니~

빗방울 전주곡도 들려주시고

핑디라는 귀여운 애칭도 선물해 주셨으니

저도 비밀 소원 하나 살짝 보여드릴게요

캐리어를 열어드릴 테니

뽑기 하듯이 하나 뽑아 보실래요?


그럴까 그럼~

뽑기 하듯이 하나 뽑아 보자꾸나

영롱 할머니가 핑크 캐리어 안에서

영영이의 소원 쪽지 하나를 집어 들고는

천천히 읽습니다


영영이에게도

인우네 오드리 할머니처럼

다정하고 예쁘고 상냥한

할머니가 계시면 좋겠어요

언제나 향기로운 비누 냄새가 나는

인우네 오드리 할머니는 도란도란

동화책을 재미나게 읽어주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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