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24 눈에 담는 그리움

기억한다는 것

by eunring

눈에 담아 눈으로 기억하고

귓가에 머무르는 소리로도 기억하고

코끝을 스치는 냄새로도 기억하고

손끝에 닿는 촉감으로도 기억하고

바로 어제인 듯 선명하게 고운

추억의 빛으로도 기억할 수 있는데

엄마에 대하여 기억할 만한

그 무엇 하나 가지지 못한

우리 영영이 핑디에게~


영롱 할머니가

천천히 말을 이어갑니다

부족하고 부실한 이 영롱 할미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해피엔딩이랴도 선물하고 싶은데

해맑은 눈을 빛내며 기대하는

영영이 핑디의 애잔한 마음을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

글쎄~ 잘 모르겠구나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야 하는 건데

옛날이야기의 행복한 결말이란

둥둥 떠다니는 뜬구름 같은 거라서

잠시 위로가 될 수는 있어도

마음속 저 깊은 곳까지

절실하게 닿지는 않을 거야


어쨌거나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나무꾼과 선녀 뒷이야기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여러 가지로 전해지기는 하지

선녀와 두 아이를 잃고

슬피 울고 있는 나무꾼이 안타까워

사슴이 찾아와 귀띔해 주기를

연못으로 가서 간절히 기다리면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올 거라고


사슴의 말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은

선녀와 두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만남의 기쁨도 잠시

홀로 계신 어머니 걱정에 안절부절~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나무꾼에게

선녀는 하늘의 말을 내어주며

절대로 말에서 내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거든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팥죽 한 그릇을 먹여 보내고 싶었고

어머니가 만들어 준 맛난 팥죽을

급히 먹다가 너무 뜨거워

말의 등에 흘리게 되고

말이 놀라 펄쩍 뛰어오르는 바람에

나무꾼은 그만 땅에 떨어져 버리지


놀란 하늘의 말이 저 혼자 달아나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나무꾼은

그 자리에서 한 마리 닭이 되어

아침이 밝아올 때마다

하늘을 향해 운다는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야


다행히 영영이 핑디의 할머니는

일찍 하늘여행을 떠나셨으니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온다면

영영이와 아빠가 함께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그립고 보고픈 엄마랑 할머니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더란다~

완전하고 완벽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온다면~


근데요 영롱 할머니~

여긴 강물이 흐를 뿐 연못이 없고

두레박은 나무꾼과 선녀의 것이지

영영이와 아빠를 위한 건 아니잖아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반짝 눈을 빛내며

영영이가 묻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요~

만일 제게도 동생이 있었더라면

키다리 접시꽃 닮은 명옥 할머니네

쌍둥이 남매 동주와 연수처럼

영영이와 영롱이 쌍둥이였으면

동생 영롱이와 저를

엄마가 단단히 양손에 잡고

휘리릭 하늘 높이 날아갔을까요?


오순도순 삼둥이 다예네처럼

다예의 동생이 우준이랑 우현이 둘이듯

내 동생이 만일 둘이었으면

엄마는 날아가지 않고 여기 머물러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그랬더라면 영영 이별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이루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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