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25 슬픔 대신 기쁨

영롱 할머니 시점

by eunring

영영이 핑디야

옛날이야기나 동화의 마무리는

얼마든지 해피엔딩이 가능하지만

우리 인생의 해피엔딩은

우리들 맘이나 뜻대로 할 순 없단다


그러나 열린 결말은 가능하지

아직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 끝까지 가보지 않았으니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는 거야

이미 알고 가는 길은

설렘이 없으니~


연못이 없어도

두레박이 내려오지 않아도

영영이 핑디가 언젠가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바로 영영이 핑디의 맑은 연못이고

튼튼한 두레박이 아날까


영영이 핑디가 어떤 마음으로

식탁 위 삶은 달걀 두 알과

소원나무에 걸었던 소원들을

핑크 캐리어를 담아 들고

종종걸음으로 바람의 언덕을 올라

강가햇살 공원으로 왔는지는

묻지 않을게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디를 향해 갈 생각이었는지

역시 묻지 않겠지만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소원들을 소원나무에 원위치시키고

영영이를 기다리는 아빠와 함께

부드럽게 빛나는 조명 아래서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구나


이제 우리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나려면

너와 나 우리 둘 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해

헤어져야 다시 만날 수 있거든


그런데 말이야

이 할미 눈에는 핑크 캐리어가

슬픔 캐리어처럼 보였어

영영이 핑디의 알록달록 슬픔들

알알이 차곡차곡 쌓이고

꾹꾹 눌러 담긴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단다


이제부터는 우리 함께

슬픔 대신 기쁨을 채워볼까

핑크 캐리어에 담긴

영영이 핑디의 슬픔을 비워내고

하나씩 기쁨을 담아가는 거야


우리 약속 하나 하자

이 할미는 집에 돌아가

영영이 핑디가 좋아하는

재미난 동화책을 찾아볼게

글씨가 훤히 잘 보이는

돋보기도 잘 챙겨 올게


우리 영영이 핑디는

핑크 캐리어에 담아 온 소원들을

다시 소원나무에 돌려주는 거야

소원나무에 걸어두고

웃으며 기도하기로 하자

슬픈 핑디가 되지 말고

기쁜 핑디가 되어보는 거야


네가 준 삶은 달걀 하나

이 할미가 귀하게 먹을게

집 나가면 배고플까 봐

식탁 위 달걀 두 개를 챙겨 왔다는

네 말이 두고두고

귓전을 맴돌 것 같구나


영영이 핑디의 비상식량

그중 하나를 내게 주고

하나는 집에 돌아가 아빠 드린다니

참 고맙고 기특해서 또 웃음이 난다


영영이 핑디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느라

지치고 힘드셨을 아빠의 손에

삶은 달걀 하나 얹어드리겠다는

참 기특하고 대견한 생각에

흐뭇한 웃음이 맺히는구나


그럼 그렇고 말고~

영영이 아빠는 분명

영영이가 건넨 삶은 달걀 반쪽을

다시 영영이 핑디에게 건네실 거야

기다림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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