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 할머니 시점
영영이 핑디야
옛날이야기나 동화의 마무리는
얼마든지 해피엔딩이 가능하지만
우리 인생의 해피엔딩은
우리들 맘이나 뜻대로 할 순 없단다
그러나 열린 결말은 가능하지
아직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 끝까지 가보지 않았으니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는 거야
이미 알고 가는 길은
설렘이 없으니~
연못이 없어도
두레박이 내려오지 않아도
영영이 핑디가 언젠가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바로 영영이 핑디의 맑은 연못이고
튼튼한 두레박이 아날까
영영이 핑디가 어떤 마음으로
식탁 위 삶은 달걀 두 알과
소원나무에 걸었던 소원들을
핑크 캐리어를 담아 들고
종종걸음으로 바람의 언덕을 올라
강가햇살 공원으로 왔는지는
묻지 않을게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디를 향해 갈 생각이었는지
역시 묻지 않겠지만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소원들을 소원나무에 원위치시키고
영영이를 기다리는 아빠와 함께
부드럽게 빛나는 조명 아래서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구나
이제 우리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나려면
너와 나 우리 둘 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해
헤어져야 다시 만날 수 있거든
그런데 말이야
이 할미 눈에는 핑크 캐리어가
슬픔 캐리어처럼 보였어
영영이 핑디의 알록달록 슬픔들이
알알이 차곡차곡 쌓이고
꾹꾹 눌러 담긴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단다
이제부터는 우리 함께
슬픔 대신 기쁨을 채워볼까
핑크 캐리어에 담긴
영영이 핑디의 슬픔을 비워내고
하나씩 기쁨을 담아가는 거야
우리 약속 하나 하자
이 할미는 집에 돌아가
영영이 핑디가 좋아하는
재미난 동화책을 찾아볼게
글씨가 훤히 잘 보이는
돋보기도 잘 챙겨 올게
우리 영영이 핑디는
핑크 캐리어에 담아 온 소원들을
다시 소원나무에 돌려주는 거야
소원나무에 걸어두고
웃으며 기도하기로 하자
슬픈 핑디가 되지 말고
기쁜 핑디가 되어보는 거야
네가 준 삶은 달걀 하나
이 할미가 귀하게 먹을게
집 나가면 배고플까 봐
식탁 위 달걀 두 개를 챙겨 왔다는
네 말이 두고두고
귓전을 맴돌 것 같구나
영영이 핑디의 비상식량
그중 하나를 내게 주고
하나는 집에 돌아가 아빠 드린다니
참 고맙고 기특해서 또 웃음이 난다
영영이 핑디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느라
지치고 힘드셨을 아빠의 손에
삶은 달걀 하나 얹어드리겠다는
참 기특하고 대견한 생각에
흐뭇한 웃음이 맺히는구나
그럼 그렇고 말고~
영영이 아빠는 분명
영영이가 건넨 삶은 달걀 반쪽을
다시 영영이 핑디에게 건네실 거야
기다림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