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26 금사빠 바람의 시점

깨방정 바람이면 어때

by eunring

나 금사빠 바람은 말이야

영영이를 위해서라면

깨방정 바람이라도 될 수 있어

오두방정 깨방정 바람이면 또 어때

영영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지

난 금사빠 바람이니까~


정말 다행이지 뭐야

요즘 영영이가 꽂혀 있는 간식이

바로 깨방정 과자거든

영영이가 그 조그맣고 귀여운 입으로

오도독 토도독 톡톡

깨방정 과자를 먹을 때면

너무나 고소한 행복의 소리들이

파삭파삭 파사삭 즐겁고 유쾌하게

주변 분위기를 밝혀주거든


나는 바람이라서

깨방정 과자를 먹을 순 없으나

행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덩달아 행복해지거든

와락 꼬순 냄새를 끌어안고

기분 좋게 영영이 주변을 맴돌다가

깨방정을 떨며 영영이 뒤를

살곰살곰 따라다니지


그런데 말이야

쪼꼬미 영영이가

좋아하는 깨방정 과자를

봉지째 식탁 위에 그대로 두고

꼬맹이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쪼매난 핑크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는

삼색버들의 급한 알림 소식에

순간 당황스러움에 허둥지둥

몸 둘 바를 몰랐던 나~


조급한 마음에 깨방정을 떨며

휘리릭 바람의 옷자락 펄럭이며

영영이의 뒤를 따라갔는데

바람의 언덕이야말로

바로 내 구역이잖아

그랴서 내가 손을 좀 썼지

보이지 않는 바람의 손으로

슬며시 영영이의 등을 밀어주고

영영이의 핑크 캐리어도

살짜기 들어주었어


그리하여 냥바~

귀요미 소녀 영영이에게

상냥한 바람이라는

사랑스러운 애칭

냥바를 선물 받은 거야


갑툭튀 영롱 할머니에 대해서는

고개 갸웃갸웃

나도 물음표 한가득임~

어디서 온 것인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여기 더 머무를 예정인지

아니면 누구를 찾아왔는지

대체 누구와 만날 예정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물음표가 수두룩~


단 하나 분명한 건

영롱 할머니가 피아노를 치려고

앵두나무 옆에 놓여 있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었던 건 아니야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잠시

의자에 앉았던 거지


때마침 마음 둘 곳 없는

영영이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고소한 깨방정 과자로도 달랠 수 없는

우울한 마음과 슬픈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그 무엇이라도 필요하던 순간이라서

다급하게 영롱 할머니의 손을 빌린 거야

딩동댕동 로맨틱한 피아노 선율이

영영이를 불러 세울 거라는

기특한 생각을 해 낸 거지

누가? 바로 나

이 바람님이~


아직도 내 손끝에서

피아노 소리가 날까~ 고개 갸웃거리며

영롱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거든

피아노 앞에 앉은 건 참 오랜만이라

기억을 더듬어 칠 수 있을까~

피아노를 손에서 놓은 지

한참 오래되었다며 머뭇머뭇

망설이는 영롱 할머니의 등도

내가 살포시 밀어주었어


괜찮다고~ 칠 수 있다고~

응원의 마음을 건넸는데

신기하게도 빗방울 전주곡을 기억하고

영롱한 빗소리를 내주어서

신기하고 고마웠어


갑툭튀 영롱 할머니~

순간이지만 존재감 뚜렷한

그분에 대해 일아보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야

비밀스럽게 뒷조사라도 해봐야겠어

보이지 않는 걸음으로 미행하기에

바람만큼 적합한 존재가 또 있을까


그렇다고 깨를 볶을 때 통통 튀듯이

이리저리 방정맞게 날뛰며

깨방정 오두방정을 떨자는 건 아니야

진중하지 못하고 경망스러운

깨방정 바람이 결코 아니거든

사랑스러운 영영이에게

바람의 날개옷이 되어주고 싶은

친절하고 다정하고

상냥한 바람 냥바란 말이야


깨방정 바람이면 또 어때

사랑스러운 영영이를 도울 수 있다면

영영이를 웃게 만들 수 있다면

영영이를 지킬 수 있다면

냥바에 해바까지도 될 수 있거든

해바~ 해결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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