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27 바람의 날개옷

바람의 시점 2

by eunring

나 금사빠 바람의 마음속

저 깊은 곳에는 슬픔 한 알갱이가

뽀얀 진주알처럼 숨어 있지

조갯살의 아픈 찢김에서 태어나

아픈 만큼 자라고 성숙해지는

진주알 같은 슬픔이 문득문득

뾰족하게 가슴을 후비곤 해


지못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나 역시 진주알처럼 반짝이는 슬픔

그 뾰족함을 아프게 끌어안고 있거든

영영이 엄마 푸른별꽂아기님을

안타깝게도 지켜주지 못했어

바람의 날개옷이 되어

여기까지 데려와서는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보냈어


그리하여

그리움에 눈먼 이

영영이 아빠 곁을 지날 때는

숨소리 1도 내지 않고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게

머뭇머뭇 머물다 지나가곤 해


할많하않~

딱 내 심정이 그래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잊으라고? 그런다고 잊혀지나

지우라고? 그런다고 지워지나

가슴에 묻고 살라고?

그게 말이 쉽지

오죽하면

그리움에 눈이 멀었겠어


언젠가 잠투정을 하며 우는

어린 영영이를 품에 안고

눈먼 이가 자장가 삼아 부르던

노래가 참으로 애잔했지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섬집아기 노래가 잔잔한 파도가 되어

찰랑이다가 일렁이다가 울렁이다가

내 가슴 기슭을 찰싹찰싹 때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눈물방울을 떨군 기억이 있어

눈먼 이가 노랫말을 바꿔 불렀거든


엄마가 바람 타고 날아왔다가

아기를 남겨 두고 날아간 후에

잊으라 잊으라는 마음의 소리

그립고 또 그리워 듣지 못하네~


그리움이란 그런 거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소리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짙푸른 간절함이지

그리움이란 그런 거야

잠들지 못하는 수많은 밤인 거고

차마 웃지 못하는 무수한 날들인 거야


난 뚝 눈물을 삼키며 다짐했어

그리움에 눈먼 이 곁을 지키리라

가만가만 어루만지며 스쳐가리라

눈먼 이의 딸 영영이를 지켜주리라

푸른별꽃아기님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켜보리라

그리고 지켜주리라


영영이를 위한

날개옷이 되리라~

속으로 굳게 다짐했어

언제든 날아오르고 싶을 때

새처럼 훌훌 날아오를 수 있도록

오직 영영이만을 위한

부드러운 바람의 날개옷을

촤라락 윤기 나게 준비하리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뼘 판타지 026 금사빠 바람의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