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28 꿈이라는 바람개비

영영이의 시점

by eunring

금사빠 바람이 다정한 목소리로

내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물어요

괜찮니 영영? 집 나가보니 어땠어?

나 분명 왼쪽 어깨를 스쳤다

오른쪽 어깨 곁으로는 안 갔다

팔이 툭 빠졌다고 잉잉

엄살부리면 안 된다~


엄살은요~

하얀꽃 이모가 그랬어요

하얀꽃 이모 아부지가

체육 선생님이어서 들은 적이 있대요

운동선수들 중에 습관적으로

탈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하얀꽃 이모 아부지는

툭 빠진 어깨나 발목을

툭툭 다시 끼워줄 수 있대요


습관적 탈골이 뭐냐구요?

영영이처럼 어깨가 툭 빠지는 것도

습관적 탈골이래요

한번 빠지면 또 빠지고

빠진 데 다시 빠지고 또 빠지고

끼워 넣으면 또 빠지는 거요


영영이는 아는 것도 많구나~

금사빠 바람이 히죽 웃으며

내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요

물론 오른쪽 아닌 왼쪽으로

아주 살살 조심스럽게요


하얀꽃 이모 이야기를 들으며

곰곰 생각해 봤어요

나도 체육 선생님이 되어 볼까~

그럼 내 어깨가 습관적으로 빠져도

아무 걱정이 없잖아요

아빠를 귀찮게 하지 않고

내 손으로 다시

툭 끼워 넣으면 되니까요


그래서 영영이의 꿈이

체육 선생님이 되는 거냐고

운동은 좀 하느냐고

금사빠 바람이 묻기에

잠시 더 생각해 봤어요

꿈~ 내 꿈이 무엇인가 하고요

물론 꿈이 있어요

하지만 비밀~


그런데요 체육 선생님이

내 꿈이 아닌 건 분명해요

사실 운동을 잘하지 못하거든요

딱 하나 잘하는 건 피구인데요

혹시나 오른쪽 어깨에 공이 닿을까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기 때문이죠


아빠가 영영이의 정원에

바람개비를 세워주며 그러셨어요

꿈은 바람개비 같은 거래요

가만있음 이룰 수 없는 거래요

바람이라는 동력이 필요하대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애써 발돋움하는

진심과 노력이 필요한 거래요


아빠처럼 의사가 되어

아픈 환자들을 돕고 싶은

현성이의 크고 벅찬 꿈도 있고

어깨너머로 형아의 꿈을 넘보며

치금 이 순간에도 천방지축 진화 중인

현준이의 꿈은 무얼까 궁금해요


발레리나를 꿈꾸는 지오

화가가 되고 싶은 지오 동생 태이

눈부신 햇살 가득한 거실에

종이비행기 한가득 날리는

태이 동생이 가진 과학자의 꿈도

지금 이 순간 땡글땡글

영글어가고 있겠죠


시인이 되어

아름다운 노랫말을 쓰고 싶은

정원이의 꿈도 멋져요

언니 그림자 따라 조르르

닮아가며 커가는 채원이의 꿈도

아직은 미완성일 테지만

분명 언니 정원이의 꿈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울 거예요


하얀꽃 이모네

보송보송 갓난쟁이 희도는

이제 막 꿈망울 머금은 아가라서

쌔근쌔근 곱고 씩씩한 단꿈 꾸며

가족 모두의 꿈동이로

쑥쑥 자라고 있대요


늘 방긋방긋 웃는

해맑은 희도 아가에게

나만의 애칭 하나

오다 주웠다며 선물하고 싶어요

희도니까 희보~

희망의 나무처럼 자라는

보물 아가 희보니까요


그럼 영영이의 꿈은?

금사빠 바람이 나만의 냥바답게

상냥 미소 건네며 또 묻고 있지만

안 알랴줌~

아무리 보드라운 실크 바람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아 주어도

아직은 안 알랴줌~


내 친구 지안이도 그러거든요

꿈이 무엇인가 물으면

안 알랴줌~

바람 따라 이리저리

돌고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렁

순간순간 바뀌는 꿈이라

아직은 못 알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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