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이의 추억상자
각자 헤어져
서로 즐겁고 행복하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영롱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다정한 영롱 할머니와
이제 작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아요
이런 마음을 상실감이라고 하겠죠
아빠가 차곡차곡 모아놓으신
영롱이의 추억상자에서
하얀꽃 이모가 세상의 끄트머리
낯설고 먼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를 찾아서 천천히
다시 읽어봤어요
세상의 끝에서
생각나는 영영이 이름
크게 외쳐본다
영원한 사랑 영영이~
추억이 있다는 건 참 좋아요
마음을 어루만지고
어깨를 감싸주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위로의 천사 같거든요
슬프거나 외로울 때
파란 하늘을 바라보라며
아빠가 뜨락에 놓아주신
하늘바라기 거울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웃어봅니다
하늘바라기 거울은
커다란 아빠 꺼 자그마한 엄마 꺼
그리고 쪼매난 영영이 꺼
세 개의 거울이 함께인 듯 따로
저마다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 거죠
기쁨과 즐거움은 환호하며
함께 누릴 수 있지만
슬픔이나 아픔이나 외로움은
혼자 하늘을 바라보듯이
고요히 끌어안아야 하는 거죠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데
메신저 명후니 오빠의 오토바이 소리가
반갑게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더니
명후니 오빠가 활짝 웃으며
초록우편함 앞에 서 있어요
영영이가 기다리는
편지가 왔다아~
우편함에 넣을까 아니면
영영이 손에 건네줄까?
명후니 오빠의 물음에
초록우편함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반가운 편지는 우편함에 양보할게요
우편함을 열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기대와 설렘과 마음 떨림도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니까요
그러자 그럼~
명후니 오빠가 싱긋 웃으며
반가운 편지는 우편함에 양보할게~
그렇게 초록우편함에 들어있는
엄마의 첫 편지도 찾았어요
천천히 아끼듯 엄마의 편지를
가만가만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영영아~
창문을 열고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내다보렴
사람들은 말이야
저마다의 별나라에서
온갖 사연들을 안고 살아간단다
그 사연들 중에는 반짝이는 기쁨과
신나게 뛰어오르는 즐거움도 있고
짙푸른 슬픔과 아련한 그리움도 있고
가슴 저미는 외로움과
날카롭고 뾰족한 아픔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