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60 하늘바라기

영영이의 추억상자

by eunring

각자 헤어져

서로 즐겁고 행복하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영롱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다정한 영롱 할머니와

이제 작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아요

이런 마음을 상실감이라고 하겠죠


아빠가 차곡차곡 모아놓으신

영롱이의 추억상자에서

하얀꽃 이모가 세상의 끄트머리

낯설고 먼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를 찾아서 천천히

다시 읽어봤어요


세상의 끝에서

생각나는 영영이 이름

크게 외쳐본다

영원한 사랑 영영이~


추억이 있다는 건 참 좋아요

마음을 어루만지고

어깨를 감싸주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위로의 천사 같거든요


슬프거나 외로울 때

파란 하늘을 바라보라며

아빠가 뜨락에 놓아주신

하늘바라기 거울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웃어봅니다


하늘바라기 거울은

커다란 아빠 꺼 자그마한 엄마 꺼

그리고 쪼매난 영영이 꺼

세 개의 거울이 함께인 듯 따로

저마다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 거죠

기쁨과 즐거움은 환호하며

함께 누릴 수 있지만

슬픔이나 아픔이나 외로움은

혼자 하늘을 바라보듯이

고요히 끌어안아야 하는 거죠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데

메신저 명후니 오빠의 오토바이 소리가

반갑게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더니

명후니 오빠가 활짝 웃으며

초록우편함 앞에 서 있어요


영영이가 기다리는

편지가 왔다아~

우편함에 넣을까 아니면

영영이 손에 건네줄까?


명후니 오빠의 물음에

초록우편함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반가운 편지는 우편함에 양보할게요

우편함을 열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기대와 설렘과 마음 떨림도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니까요


그러자 그럼~

명후니 오빠가 싱긋 웃으며

반가운 편지는 우편함에 양보할게~


그렇게 초록우편함에 들어있는

엄마의 첫 편지도 찾았어요

천천히 아끼듯 엄마의 편지를

가만가만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영영아~

창문을 열고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내다보렴


사람들은 말이야

저마다의 별나라에서

온갖 사연들을 안고 살아간단다


그 사연들 중에는 반짝이는 기쁨과

신나게 뛰어오르는 즐거움도 있고

짙푸른 슬픔과 아련한 그리움도 있고

가슴 저미는 외로움과

날카롭고 뾰족한 아픔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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