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59 빛의 문

눈먼이의 혼잣말

by eunring

모든 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남도 시간이고

헤어짐도 시간이고

사랑도 역시 시간이야


눈부신 빛의 문을 들어서며

사랑이 시작되고

시드는 빛의 운을 나서면

사랑도 시들해지지


그 모든 건 또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만남과 헤어짐도 기회이고

사랑도 기회야


시간의 빛이 반짝이는

빛의 문을 들어서는 것도

한 번의 기회이고

빛의 문에서 나가는 것도

단 한 번의 기회라고 했어


빛의 문이 열리는

그 순간이 기회이고

확신으로 마주 서야 하며

남겨둘 미련 따위 한 톨 없이

끊어내야 한다고 했지


그 모든 건

어김없는 진실이기도 해

진실을 살며시

덮어버리기는 쉬우나

밝은 햇살 아래 훤히

드러내기는 쉽지 않으나~


이제는 진실을

햇살 아래 펼쳐 놓을 때가 온 거야

날카로운 진실의 푸른빛으로

마음이 아프게 찢기더라도

이 또한 기회이니 놓치지 말아야지


푸른별꽃님에게

눈맑은청년이라 불리던 내가

안타깝게 눈먼이가 된 것도

빛의 문이 내뿜는 에너지 때문이었어

뜨겁고 강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눈이 멀어버린 거야

빛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거지


빛의 문을 통과해

푸른별꽃님을 만난다는

확신은 물론 있었으나

한 줄기 미련을 남겨두었거든

바로 내 딸 영영이

사랑하는 내 딸 영영이를 두고

나는 차마 그 문을 통과할 수 없었어


사랑스러운 영영이가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한

단 한 번의 기회도 언젠가 올 거야

빛의 문을 들어서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아


빛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건 어쩌면 운명의 길을 거슬러

운명에게 맞서는 순간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건 선택의 문제이기도 해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그 순간 영영이가 망설이다가

주저앉지 않도록

내면의 힘을 키우려면

더 많이 강해져야 해


영롱 할머니와의 작별도

그래서 더욱 필요한 거지

슬픔과 아픔 속에서

영영이는 쑥쑥 자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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