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찰랑찰랑
아빠 아빠~
영영이가 묻습니다
자작하다는 말이 뭐예요?
울집 정원 자작나무는 알아도
자작자작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자작하다는 왜?
연분홍 아줌마가 꽈리고추조림을
한 그릇 주시면서 그러셨거든요
간장에 자작하니 졸인 거라서
밥 한 그릇 뚝딱 반찬이라
아빠가 잘 드실 거래요
그래 아빠도 좋아한다~
눈먼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해주시던
여름 반찬인데 짭조름 맛있어서
입맛 없을 때 딱이지
맞아요~
영영이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종달새처럼 종알댑니다
팥쥐할머니 최애 반찬이래요
꽈리고추를 간장에 짭조름하게
국물 자작하게 푸우욱 졸인 거라
밥 비벼먹으면 완전 맛있대요
팥쥐할머니처럼
울 할머니도 좋아하시던 거라
아빠도 좋아하시는 거죠 그죠?
나중에 제가 만들어드리려고
레시피도 얻어왔어요
읽어 드릴까요?
꽈리고추가 크면 어슷하게 반을 썰고
냄비에 양파랑 간 마늘 간장 등
양념이랑 채수를 넣고
고춧가루랑 깨소금도 조금
들기름 참기름도 사이좋게 한 스푼씩
보글보글 중불에 졸이면 된대요
레시피까지? 우리 영영이가
할머니 맛을 낼 수 있을까?
고개 갸웃거리는 눈먼이에게
영영이가 헤죽 웃으며 말합니다
걱정 마세요 아빠~
연분홍 아줌마가 그러셨어요
레시피를 적어주긴 하지만
아직은 무리니까 나중에 나중에
영영이 키가 두 뼘쯤 더 자라거든
천천히 해보라고 하시면서
그때까지는 야줌마가 할 때마다
조금씩 덜어주신대요
근데요 근데요 아빠~
자작자작이 뭐예요?
영영이가 다시 묻자
눈먼이가 차분히 알려줍니다
자작자작이란 국물이
점점 잦아드는 모양을 말한단다
자작자작~ 중얼거리다가
영영이가 또 묻습니다
꽈리고추간장조림도 아닌데
마음이 슬픔으로 찰랑찰랑할 때
꽈리고추조림 국물이 자작해지듯이
마음에 가득한 슬픔이
자작해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마음을 졸일 수는 없으니
옷장 서랍에 넣어두는 물먹는 하망이를
마음의 서랍에 넣어두면 될까요?
물먹는 하망이가 슬픔도 먹어줄까요?
물먹는 하망이는 있는데
슬픔 먹는 하망이는
왜 없을까요?
마음의 서랍이 눅눅해질 때
마음을 꺼내 활짝 펴서
빨래 건조대에 널 수 없으니
슬픔 먹는 하망이를 넣어두면
슬픔이 말라 보송보송해질 텐데요~